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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만난 홍준표 "어리숙하기가 참 어렵다…몸 낮춘 안철수를 보니"

[편집자주]

2017년 8월 29일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신임 대표가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대표실을 찾아 홍준표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News1 

차기 대권 도전을 일생일대 마지막 종착점으로 삼고 있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11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만난 뒤 중국 청나라 화가이자 시인 '정섭'이 말한 난득호도(難得糊塗)가 떠 올랐다고 묘한 표현을 했다.

잘 난 사람들이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올수록 자신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멀리 대구까지 온 안 대표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이날 대구 동화사를 찾은 안 대표와 1시간 가량 만났다. 홍 의원과 안 대표측은 우연히 조계종 종정인 진제 스님 방문시간이 겹쳐 일어난 일이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때가 때인 만큼 두 사람 간 만남이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 나돌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국민의당과 당대당 통합은 없다"며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야권을 대표하는 후보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 안 대표를 압박해 왔다. 이에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맞불을 놓기 위해 '보수 거물' 홍 의원에게 손짓을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안 대표와 회동 뒤 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평생을 낭중지추(囊中之錐)의 삶을 살고자 했는데 금년부터는 난득호도(難得糊塗)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요구를 해 연초부터 참 난감하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안철수 대표를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보인다"며 "빈 구석이 있어야 사람이 몰려 든다는 것은 YS를 봐도 정치적으로 증명이 됐다"고 강조했다.

낭중지추는 누구의 도움없이 스스로 두각을 나타낸다는 뜻으로 지금까지 별다른 계파를 형성하지 않고 보수1당의 원내 대표, 당 대표, 대통령 후보에 오른 홍 의원의 정치이력을 빗대 말한 것이다.

난득호도의 사전적 의미는 '빛나는 물건을 흙칠 또는 풀칠을 해 흐릿하게 보이게 하기 힘들다'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똑똑함을 감추고 바보처럼 살기 어렵다'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청나라 초기 화가인자 시인인 정섭(호인 판교를 따 흔히 정판교라 부름)은 '완벽한 사람도 그르기만 한 사람도 없다'는 철학 아래 자유로운 삶을 추구했다.

그가 자신의 철학을 나타낸 말 중 하나가 '난득호도'로 '천재가 자기를 최대한 낮추고 바보처럼 처신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천재다'는 뜻이 들어 있다. 최대한 자신을 낮춰 모든 일을 대하면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으로 손자병법의 '허허실실'과도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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