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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촌오거리 사건' 10년 옥살이…법원 "국가 16억 배상하라"(종합)

본인 13억+가족3억…"시대상황 고려해도 너무 비논리적 수사"
"가족에게도 3억 배상하라"…형사보상금 8억여원 공제

[편집자주]

박준영 변호사. © News1 구윤성 기자
박준영 변호사. © News1 구윤성 기자

지난 2000년 발생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사건 발생부터 최씨에 대한 국가의 배상 결정까지 약 20년이 걸린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부장판사 이성호)는 13일 피해자 최모씨와 그 가족이 정부, 당시 수사담당 형사, 진범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한 검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약 13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가족들에게는 총 3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익산경찰서 경찰들은 영장 없이 최씨를 여관에 불법구금한 상태에서 폭행하고 임의성 없는 자백 진술을 받아냈다"며 "경찰들은 최씨를 사흘간 잠을 재우지 않은 상태로 수시로 폭행하고 폭언하며 가혹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허위자백 외에는 객관적으로 부합되는 증거가 없는데도 오히려 부합되지 않는 증거들에 끼워 맞춰 자백을 일치시키도록 유도해 증거를 만들었다"며 "사회적 약자로서 무고한 최씨에 대해 당시 시대적 상황을 아무리 고려하더라도 전혀 과학적이지도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은 위법한 수사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진범의 자백진술이 신빙성이 있고 다른 증거들과도 부합해 구속 수사가 타당했지만, 검사는 불구속 수사를 지휘하고 무익하거나 부적절한 수사지휘를 반복했다"며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러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진범에 대한 불기소 결정에 대해서도 "김모 검사는 신빙성 있는 진범의 자백진술, 자백에 부합하는 참고인들의 진술, 피해자의 부검결과가 있는데도 증거관계를 면밀히 파악하지 않고 경찰의 불기소 취지의 의견서만을 취신해 불기소처분했다"며 "검사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해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당시 수사형사, 진범에 대한 불기소처분을 한 검사의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이로 인해 최씨와 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됐다.

정부 등이 최씨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은 13억900여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위자료 20억원과 일실수입의 합계액에서 최씨가 형사보상금으로 받았던 8억4000여만원을 공제한 금액이다. 담당 형사와 검사는 배상액 가운데 약 2억6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최씨 어머니에게도 위자료로 정부는 2억5000만원을 지급하고 담당 형사와 검사는 그 중 각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최씨 여동생에게도 위자료로 정부는 5000만원을 지급하고 담당 형사와 검사는 그 중 각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박준영 변호사(오른쪽)와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 News1 구윤성 기자
박준영 변호사(오른쪽)와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 News1 구윤성 기자

약촌오거리 사건은 2000년 8월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소재 버스정류장 앞길에서 택시기사가 흉기에 찔려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다방 배달일을 하던 15세 소년 최씨는 경찰의 폭행 등 가혹행위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고, 재판에 넘겨져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사건 발생 3년 뒤인 지난 2013년 경찰은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확보해 재조사에 착수했다. 임모씨는 "사건 당일 친구 김모씨가 피 묻은 칼을 들고 집으로 찾아와 범행을 저질렀다. 자신이 칼을 숨겨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진범 김씨를 조사해 자백을 받아내고, 김씨와 임씨에 대해 강도살인, 범인은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검찰에서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 이후 두 사람은 진술을 번복했고 검찰은 2006년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임씨는 2012년께 사망했다.

지난 2010년 3월 만기출소한 최씨는 2013년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2016년 11월 "당시 수사·재판과정에서 최씨가 한 자백이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은 선고 4시간 만에 김씨를 체포해 재판에 넘겼다. 김씨는 2018년 징역 15년을 확정받았다.

이날 판결선고 뒤 최씨를 대리한 박준영 변호사는 "저희가 주장한 불법행위 대부분이 다 인정됐고, 공무원 개인에 대한 책임이 인정된 부분도 상당히 의미있다"며 "만족스러운 판결"이라고 평했다.

박 변호사는 "어떤 경찰은 여전히 최씨가 진범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면전에서도 했는데 법원이 '그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인정하는 것 같아 (최씨도) 만족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진범을 잡는데 기여한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은 "한 개인의 인권을 찾아주는 의미도 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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