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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성폭행 진상조사" 1인시위…대통령 온다고 막아선 경찰폭행 무죄

마찰 격해져 경찰에 전치2주 부상 입혀
법원 “표현의 자유 침해…정당방위 해당”

[편집자주]

대전 지방 법원(DB) © News1
대전 지방 법원(DB) © News1

정당한 시위를 방해하는 공권력에 대한 저항에서 폭행이 있더라도 경우에 따라 정당방위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형사1단독 오세용 판사는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60)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7년부터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딸이 학교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1인 피켓시위를 간헐적으로 벌여왔다.

그러던 2018년 12월 11일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청사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날 1인 시위에 나섰다가 경찰과 충돌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배경에 주목해 A씨에게 죄를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당시 차량 진입을 방해하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낮았다는 점, 문 대통령이 도착하기 직전 경찰 20여 명이 A씨를 둘러싸고 팔을 붙잡아 ‘고착 관리’를 했고, 피켓을 가리는 등 보이지 않게 했다는 점 등에서 오히려 자유의사 침해에 대한 정당방위로 봤다.

이 과정에서 A씨 역시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었고, 충격을 받아 졸도하기도 했던 사실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A씨의 행동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보장될 필요가 있고, 1인시위 중 돌발행동을 하지 않아왔다”며 “경찰은 당시 A씨가 청사로 진입하는 차량을 막았다고 주장했지만, CCTV 등을 살펴본 결과 피켓이 잘 보이도록 다가선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지도 않았고, 피켓 역시 위험하지 않은 재질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A씨가 과격하게 행동하게 된 이유도 피켓 내용을 가리는 등 방해가 심해진 것이 원인”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는 차도가 아닌 인도로 물러나 달라는 지시에 따르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1인시위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적법한 공무집행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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