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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의 IT프리즘]새 역사 여는 한국의 '디지털 금융'

[편집자주]

이성엽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회장 © 뉴스1

금융권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모바일 앱을 통해 송금과 결제가 가능해지더니 이제 은행권의 모바일 앱에서는 계좌이체는 물론 주식 투자까지 간편한 인증으로 손쉽게 이루어지고 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핀테크, 플랫폼 기업이 기존 금융규제를 피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기존 금융사는 비대면 본인 확인의 허용으로 소비자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고 겸영, 부수 업무의 예외 인정을 받아 기존 업무의 범위를 벗어나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금융사, 핀테크, 플랫폼 기업 모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My data)은 다양한 기관에 흩어져있는 개인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서 통합조회, 자산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각각 오픈뱅킹, 금융규제 샌드박스, 마이데이터가 우리의 금융 생활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처럼 정보통신 네트워크, 스마트폰, 빅데이터, AI 기술이 금융산업에 활용되면서 금융상품 및 서비스 거래가 디지털화, 비대면화 되는 현상을 디지털 금융이라고 한다.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거래 선호 경향, 금융회사의 재택·유연근무 확대 등은 금융의 디지털화, 비대면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크게 보면 디지털 금융은 다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기존 금융사의 디지털화 촉진이다. 대내적 업무 프로세스는 물론 대외적인 고객서비스 제공을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다른 방향은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핀테크, 플랫폼 사업자의 금융 분야 진출이다. 다만, 양자는 디지털 방식의 결제·송금·중개 등에서 신기술과 결합한 금융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결국은 플랫폼 간 경쟁이라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디지털 금융의 법제도적 기반을 갖추기 위해 전자금융거래법을 전면개정하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동법은 2006년 제정되어 주로 기존 금융기관의 전자적인 금융거래를 기술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전자금융업이라는 별도의 업을 두는 것과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전자금융거래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부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오픈뱅킹, 마이데이터로 이어진 디지털 금융 혁신정책의 완성을 위해 디지털 방식의 지급결제산업을 혁신하고 디지털 금융의 이용 규모 확대에 따른 이용자 보호와 금융보안을 강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개정안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현행 7개의 전자금융업의 종류를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전자지급거래에 관한 업무의 기능별로 구분하여 자금이체업, 대금결제업, 결제대행업의 3개 업종으로 간소화하였다. 또한 지급지시전달업(My payment)과 종합지급결제사업자(Payment account)를 도입하였다. 전자는 이용자의 결제·송금 지시, 즉, 지급지시를 받아 금융회사 등에게 이체를 실시하도록 전달하는 업이고 후자는 이용자에게 결제기능을 수행하는 계좌를 발급하여 자금이체, 대금결제, 결제대행 등을 수행하는 업이다.  

또한 이용자의 선불전자지급수단 충전잔액이 부족한 경우 대금결제업자ㆍ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그 부족분에 대하여 가맹점에게 선결제하고, 이용자로부터 대금을 후불로 지급받을 수 있는 후불결제업무를 도입했다. 전체적으로 동법 개정안으로 인해 핀테크, 플랫폼 기업의 전자금융업 진출이 활성화되고 전자금융거래에 있어 이용자 보호가 강화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기존 금융권은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만과 함께 ‘동일기능 동일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일정 부분을 이를 수용하면서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따른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규제체계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 12월 디지털금융협의회는 세부 과제별로 규제정비 방안을 발표하였다. 소위 규제차익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빅테크들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대응하여 은행도 금융·생활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추구하도록 규제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신용카드사가 종합지급결제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오픈뱅킹 관련 빅테크, 핀테크 기업도 오픈뱅킹망 운영비용을 일부 분담하도록 하였다.

정부가 디지털 금융의 활성화를 위해 글로벌 수준의 금융산업 혁신을 도모하고 거래규모 확대에 따른 이용자 보호와 보안 리스크를 대응하는 한편, 금융회사와 빅테크의 규제형평성을 제고하려는 방향은 타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몇 가지 유의사항이 있다.

첫째, 타 산업 분야와의 데이터 결합 분석을 위한 부처 간, 기관 간 협조에 관한 것이다. 데이터 경제의 성패는 데이터의 결합 그것도 이종 데이터 간의 결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데이터의 결합이 전제되어야 데이터의 가치가 빛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험산업에 필요한 건강보험공단의 건강정보의 개방 등 공공분야 데이터의 개방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둘째, 규제차익 해소에 관한 것이다. 원래 규제차익거래(regulation arbitrage)란 기업이 보다 유리한 규제가 있는 국가를 선택해서 거래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규제차익은 핀테크, 플랫폼 기업의 금융서비스에 대해 기존 금융사와 같은 규제를 적용하지 않음으로써 반사적으로 이들이 얻는 이익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를 일종의 정부의 시혜로 보고 이해관계자의 이의제기가 있으면 즉각 철회가능한 것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스타트업의 혁신을 조장하고 이를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은 당연한 것이며, 이들의 발전을 위해 당분간 규제를 하지 않거나(Wait and see), 규제를 최소화하는 전략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규제차익, 규제형평성의 개념보다는 핀테크, 플랫폼 기업의 책임 강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

끝으로 지속적으로 과감한 규제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마이데이터 사업 신청 기업의 10% 이상의 대주주가 금융 관계 법령을 위반한 사례가 있으면 해당 금융사가 마이데이터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이나, 금융사 대주주에 대한 법적 소송이나 사정기관의 조사 및 검사, 금융당국의 제재 등이 진행되고 있으면 종료 때까지 인허가나 대주주 변경승인 심사절차를 잠정 중단하는 심사중단 제도가 과연 4차산업혁명 시대, 데이터 경제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더욱이 매우 촘촘한 법 규정과 엄격한 법 집행의 현실을 고려하면 기업에게 가혹한 규정이 아닐 수 없다. 요건을 축소하거나 심사에서 재량으로 참고할 수 있는 사항 정도로 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데이터 등 디지털 금융 분야는 우리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이다. 아무쪼록 정부, 기업이 힘을 모아 올해가 금융혁신을 통해 디지털금융 강국으로 가는 첫해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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