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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체험 장소가 된 '5·18 사적지'…광주시 관리부실 '도마'

옛 국군광주병원 영상 속속 등장
경찰 20대 3명 입건…市 "감시 강화하겠다"

[편집자주]

옛 국군광주병원 무단침입 CCTV 영상 (광주시 제공) 2021.1.14 /뉴스1
옛 국군광주병원 무단침입 CCTV 영상 (광주시 제공) 2021.1.14 /뉴스1

5·18민주화운동 사적지가 유튜브 등에서 '공포체험' 장소로 이용된 사실이 알려지며 광주시의 관리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4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최근 1개월 새 유튜브에는 '국군광주병원 공포체험' 콘텐츠 영상이 연이어 업로드 됐다.

흉가를 찾아다니며 영상을 제작하는 유튜버들이 이젠 5·18 사적지인 옛 국군광주병원까지 찾아와 관련 영상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늦은 시각 국군광주병원 옛 터를 방문해 소위 '귀신탐지기'로 불리는 EMF측정기(전자기장측정기)로 수치를 재곤 한다.

이 과정에서 한 유튜버는 "귀신이 있는 것 같다"며 소리를 녹음하고 분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유튜버는 이곳을 국내 유명 공포체험 장소 중 하나인 경기도 광주 '곤지암' 정신병원에 비교하며 "여자친구와 꼭 가야할 장소"로 꼽기도 했다.

해당 콘텐츠에는 "2탄을 찍어달라", "나도 가고 싶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유튜브 주시청 층인 10·20대에게도 해당 영상은 무분별하게 노출될 수 있어 5·18 민주화운동 사적지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광주시 측은 "5·18사적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대책을 밝혔다.

시 관계자는 "유튜브에 사적지 공포체험 영상들이 올라온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며 "다만 게시된 영상들은 사적지 내부에 들어가지 않고 훼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얼마 전 옛 국군광주병원 건물 내에 침입해 건물 내부에서 불을 피우는 등 훼손한 사건이 있어 수사를 의뢰했다"며 "현재도 건물이 통제돼 있긴 하지만 건물에 센서를 부착하고 침입 시 알림이 울리게끔 감시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14일 '공포체험을 해보자'며 5·18 사적지에 무단침입한 20대 남성들을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4일 오전 1시40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옛 국군광주병원을 찾아 2m 남짓 높이의 철제 울타리를 넘어 건물에 무단으로 침입했다.

당시 건물 안에서 담배 꽁초와 바닥에 불을 피운 흔적 등이 발견됐지만 이들은 방화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역시 유튜브를 보고 공포체험을 하기 위해 이같은 행각을 벌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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