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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건창이 스스로 연봉 1억2500만원이나 깎겠다고 한 까닭은

2020년 3억5천만원에서 2021년 2억2500만원에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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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서건창. 2020.7.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키움 히어로즈 서건창. 2020.7.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1년 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취득하는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서건창(32)이 스스로 연봉 삭감을 요청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서건창은 2021년 키움과 2억25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당초 키움은 고과 기준에 따라 2020년 연봉(3억5000만원)에서 3000만원 삭감된 금액을 제시했다.

하지만 선수측에서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서건창은 추가로 9500만원을 삭감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서건창은 2020년보다 1억2500만원 삭감된 금액에 계약을 마무리했다.

연봉이 곧 선수의 가치로 여겨지는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보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1년후 FA가 되는 서건창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해가 된다.

서건창은 자진 삭감을 통해 2021시즌 팀 내 연봉 상위 3인 밖에서 벗어났다. 이로써 서건창은 2021시즌 후 FA가 되면 B등급(2번째 취득자, 구단 연봉 순위 4위~10위, 전체 연봉 순위 31위~60위)으로 분류될 수 있다.

A등급(구단 연봉 순위 3위 이내, 전체 연봉 순위 30위 이내) FA의 경우 다른 구단이 영입하려면 직전 연봉 200%와 20명 보호 선수 외 1명 혹은 직전 연봉 300%를 보상해야 한다. 하지만 B등급의 경우 직전 연봉 100%와 25명 보호선수 외 1명 혹은 직전 연봉 200%로 보상이 낮아진다.

서건창은 스스로 등급을 낮추면서 향후 FA시장에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서건창 영입을 원하는 다른 구단도 A등급이 아닌 B등급이기에 부담이 줄어든다. 키움에 2억2500만원과 보상선수 1명 혹은 4억5000만원을 지급하면 서건창을 데려갈 수 있게 된다.

스스로 몸값을 낮추는 위험까지 감수하며 FA 등급을 낮춘 서건창에게 남은 것은 2021시즌 활약으로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다.

서건창은 지난해 135경기에서 타율 0.277 출루율 0.390 장타율 0.386 5홈런 52타점 24도루의 성적을 올렸다. 다만 부상 여파로 2루수 대신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명타자로 활용하기 위해 서건창을 영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30대를 넘어선 서건창이 갑자기 장타율을 끌어올리는 등 전성기 시절 활약을 펼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2루수라면 얘기가 다르다. 높은 출루율을 유지하며 2루 수비가 가능한 선수라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올해는 김하성이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그동안 2루 수비를 나눠 맡았던 김혜성이 유격수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서건창은 자연스럽게 2루수로 출전할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 FA를 앞둔 서건창에게는 건재함을 증명해 보일 기회의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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