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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학습 핑계로 유해 사이트 접속"…원격수업 폐해에 학부모 걱정

구리여성회, 초등생 원격수업 현황 보고서 발표
전문가들은 "질책하기 보다 보완책 모색해야"

[편집자주]

서울 노원구 선곡초등학교 허명 선생님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2020.12.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 노원구 선곡초등학교 허명 선생님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2020.12.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수업을 유튜브로 한다고 해서 아이디를 만들어 줬더니 밤새 게임 채널을 보더라고요."

중학생과 초등학생 아들 셋을 둔 학부모 임모씨(43·경기도 화성시)는 17일 통화에서 "원격수업이 시작된 뒤 아이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호소했다.

맞벌이 엄마인 그는 "큰 아이가 밤새 유튜브를 보길래 아이의 핸드폰에 시간제한 앱을 깔았지만 소용없었다"며 "성인도 한번 보면 자제하기 힘든데 아이들이 무방비로 온라인 환경에 노출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아이들이 유튜브에서 게임 영상을 본 뒤 실제 게임을 하면서 욕을 하더라"며 "원격수업이 일상이 된만큼 온라인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을 관리할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등교가 어려워지자 교육청은 초·중·고 생을 대상으로 지난해 4월 9일부터 온라인 원격 수업을 단계적으로 시작했다.

교육청이 원격수업 시작 하루 전인 4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원격수업 10대 실천 수칙 등을 알리고 각종 누리집에 이를 안내했지만 아이들이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유튜브서 유해 콘텐츠 노출…온라인서 만남 제의도

교사가 학습용으로 제공한 콘텐츠를 보기 위해 접속한 유튜브 등에서 학생들이 유해 콘텐츠에 노출된다는 조사 결과도 최근 나왔다. 코로나19로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수업이 늘면서 나타난 문제점이다.

구리여성회는 10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재단법인 숲과나눔, SK하이닉스의 지원을 받아  ‘코로나19 시대 원격수업 기간 아동청소년의 디지털미디어 이용 현황’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조사는 수도권 거주 초등 5~6학년 학부모 92명, 수도권 초등학생 4~6학년 656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5일~11월11일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가  ‘사이버 보안관제도’를 마련하는 등 온라인 수업 규칙을 안내했지만 온라인에서 범죄에 노출되는 것을 온전히 차단할 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학생 중 221명(33.7%)은 ‘수업이 끝난 후에도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다른 유튜브를 보게 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임씨는 "특히 남자 아이들은 게임 유튜브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 영상에서 욕설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그것을 애들이 따라한다"고 말했다.

또한 ‘의도치 않게 유해 동영상을 강제로 시청하게 됐다’는 학생이 30명(4.5%), ‘온라인에서 알게 된 나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만나자는 제의를 받았다’는 학생이 29명 (4.4%), ‘댓글 달기, 홍보 등 알바 제안을 받은 적 있다’는 학생이 25명(3.8%)이나 있었다.

유해 콘텐츠를 접속한 경로에 대해 전체 300건 중 ‘자체적으로 유튜브·아프리카TV 등에 접속한 경우’가 120건(40%)으로 가장 많았다. ‘e학습터 또는 선생님이 올려주신 링크로 접속했다가 연결됐다’는 경우도 119건(39.7%)이나 됐다. 학생들이 수업을 위해 접속한 유튜브를 계속 시청하거나 학습용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유해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예상 못한 일…질책보다는 보완책 모색해야"

보고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포스트 코로나의 특징으로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특정하는 만큼 학생들에게는 온라인 공간이 교실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교사들에게 디지털미디어 연수를 강화해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식전달 외에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하고 교사 대상 디지털미디어 연수를 강화해달라고 교육당국에 요구했다.

교육 전문가들도 비대면 수업은 피할 수 없는 미래라며 안전한 온라인 수업을 위해 학생 관리 제도를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학의 교육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온라인 수업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그때부터 준비했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갑작스런 온라인 수업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은 예상했던 일"이라며 "잘못을 질책하기보다 수업시간 이외에도 아이들이 유해한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서 관리하는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초등학생이 엄마와 함께 원격수업을 듣고 있다. 2020.4.2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한 초등학생이 엄마와 함께 원격수업을 듣고 있다. 2020.4.2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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