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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리뷰] '세자매', 불편했다가 불안했다가 납득하고 마는

[편집자주]

'세자매' 스틸 컷 © 뉴스1
'세자매' 스틸 컷 © 뉴스1
영화 '세자매'(감독 이승원)를 보면서 느끼는 주된 감정은 불편함이다. 너무 '센' 캐릭터들의 적나라한 모습들을 보고 있자면 답답함을 느끼게 되지만, 결국 이 모든 불안요소들은 마지막에 가 폭발하며 관객들에게 진한 감정적 여운을 남긴다.

최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세자매'는 각기 다른 삶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던 세 자매가 각각의 사건들로 인해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 장르의 작품이다. 문소리와 김선영, 장윤주가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세 자매의 캐릭터를 맡았다.

영화는 과거의 어느 시간, 흑백 화면 속에 손을 잡고 달리는 두 어린아이의 뒷모습을 담아내며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현재의 시점, 각자의 삶을 사는 자매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교회 집사로 성가대 지휘를 담당하고 있는 둘째 미연은 행복하고 안정된 가정을 꾸린 중산층 여성이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미연의 삶은 그 자신만이 감지할 수 있는 여러 균열들로 가득하다. 교수 남편(조한철 분)은 미연의 성가대 대원 중 한 명과 바람이 난 상황인데다, 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하는 동생 미옥(장윤주 분)의 술주정도 받아줘야한다. 또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남동생을 돌보고 있는 부모님에게도 마음이 쓰이고 자녀들의 교육도 신경을 써야한다.

다른 두 자매의 삶 역시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첫째 희숙은 작은 꽃집을 운영하며 살아가지만, 남편의 사업 문제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기에 암까지 생겨 우울한 상황. 돈이 필요할 때만 찾아오는 남편, 욕과 담배를 입에 달고 사는 딸 옆에서 소심한 희숙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힘없이 멋쩍은 미소를 짓는 것 밖에 없다.  

셋째 미옥은 슬럼프에 빠진 극작가다. 잘 써지지 않는 글 때문에 잔뜩 신경이 예민해진 그는 365일 술에 취해 산다. 거침없는 생활과는 어울리지 않게(?) 그는 기혼인 상태인데, 남편 상준(현봉식 분)은 아내밖에 모르는 '아내바라기'다. 그런 미옥은 남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중학생 아들과도 함께 사는데 우연히 아들의 휴대폰을 본 후 아들의 속내를 알게 되면서 '엄마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배우들은 생활 연기를 훌륭하게 해내며, 장면 곳곳에 일상적인 유머가 녹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자매'는 불편한 영화다. 거창한 사건을 그리는 것이 아님에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들 때문에 내내 불안한 기운이 넘친다. 이는 서스펜스로 작용해 영화에 대한 몰입감을 높인다. 캐릭터들은 절제하지 않고 거침없이 뻗어나가 피를 보고 만다. 기가 빨리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같은 불편함들은 결말에서 해소된다. "씨발 왜 어른들이 사과를 못 하는데." 희숙의 딸 보미가 절규하듯 내지르는 한마디로 아슬아슬하게 이어져온 긴장감은 폭발해 버린다. 그리고 관객들은 이어지는 장면들을 통해 세 자매가 어린 시절에 어떤 상처를 경험했는지, 어떤 트라우마를 갖게 됐는지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이들의 이 모든 '이상함'들에는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는 누구나 공감할만한 것임을 납득하는 순간, 묵직한 아픔과 슬픔이 마음을 때린다.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까지 세 배우의 연기는 더할 것 없이 훌륭하다. 문소리는 에너지 넘치는 자매 캐릭터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관객들의 몰입을 이끈다. 가정 폭력이라는 보편적이고 평범한 소재를 평범한듯 평범하지 않은 세 자매의 삶을 통해 공감가게 그려낸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력을 높이살만하다. 러닝타임 115분. 오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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