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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 흔드는 '강남 재건축' 카드…집값 자극 우려

규제 완화 공약에 강남 재건축 단지, 신고가 '행진"
"임기 짧고 정부 규제 여전" 공약 실현 가능성 '의문'

[편집자주]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1.1.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1.1.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 연일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면서 가격 강세를 보이고 있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은 앞다퉈 '부동산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면서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로 당선되는 서울시장의 임기는 약 1년에 그치는 데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기조는 확고한 탓에 공약 실현 가능성엔 의구심이 제기된다. 섣부른 공약 남발로 시장 불안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값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 위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09% 올라 2주 연속 상승폭을 키웠다. 이번 상승률은 지난해 7월 둘째 주(0.0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곳은 송파구(0.18%)다. 잠실동 인기 단지와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단지 위주로 매수세가 몰린 영향이다. 강남구(0.11%)는 압구정동 재건축과 도곡동 신축 위주로, 서초구(0.10%)는 반포동 재건축 단지 위주로 올랐다.

실제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는 이달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단지 전용면적 82.61㎡는 지난 7일 24억6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틀 뒤인 9일 24억81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또다시 신고가를 경신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현대8차 아파트' 전용면적 163.67㎡도 지난 12일 37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 단지 같은 면적은 2019년 11월 33억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인근 '한양3·4·6차 아파트'와 함께 압구정4구역으로 묶인 이 단지는 최근 강남구청에 조합설립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사업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에선 시장 유동성은 풍부한 상황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야당 후보들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지적하면서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은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고 각종 재건축 관련 심의 과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해 신속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에 제동을 걸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용적률 조정과 한강 변 아파트 35층 이하 규제 등을 손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셋값 상승으로 서울 중저가 단지 위주로 오르던 가격 상승 움직임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강남 재건축 단지로 옮겨가는 분위기"라며 "각 후보들이 규제 완화를 내걸면서 장기화된 정비사업 정체 기간이 단축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기대감과 달리 공약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4월 보궐선거로 뽑힌 서울시장의 임기는 2022년 6월 30일까지로 1년 2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부동산 공약 대부분은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임기 내 공약 실현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 민간 재건축 활성화는 정부 정책 기조와 엇갈려 자칫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정부는 재건축 사업에 용적률 완화 등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공공기관이 참여해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방식의 '공공재건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각종 부동산 공약은 재건축 단지의 미래 가치가 더 높아지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게 사실"이라며 "일부 공약은 지자체장의 권한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선 정부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2월 '특단의 공급대책'을 발표한다고 예고했지만,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이번 대책에는 서울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를 고밀 개발하는 내용 등이 담길 예정이다.

서진형 교수는 "신규 주택을 공급하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존 주택을 시장에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양도소득세 중과 기준을 취득 시점을 바꾸고 새로 취득하는 주택에 대해선 중과하고 기존 주택을 매도할 때엔 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송승현 대표는 "공공 주도의 주택공급 물량이 늘어날수록 민간에서 공급된 신규 주택의 희소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민간 공급을 활성화해 시장의 수요를 충족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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