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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 줄줄이 불려나온 대기업들…호통 없는 진짜 '청문회' 기대감

임이자, 산재발생 대기업 출석요청…"목숨값은 영업이익 넘어"
여야 한목소리 "대기업 이야기 듣고 같이 방안 모색하는 '청문회'"

[편집자주]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대기업들을 국회로 불러 산재 청문회를 개최한다. 대기업 임원들을 국회로 불러 보여주기식 호통치기로 일관했던 장면을 연상시키는 일정이다. 

그러나 이번엔 좀 다르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국회 안팎에서 나온다. 대기업에 친화적인 보수야당이 주도한데다 청문회 개최 동기가 '돈보다 목숨이 우선'이라는 진정성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재 발생 대기업을 국회로 부르자는 아이디어를 가장 먼저 낸 것은 환노위 야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다. 이번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 9개 중 대기업인 8개 모두 임 의원이 출석을 요청했다.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이 먼저 나서 대기업을 국회로 부르는 일은 드물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김병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전 미래통합당 정강정책특위 위원장)이 지난해 8월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강정책특위 10대정책을 발표하는 모습. 2020.8.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김병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전 미래통합당 정강정책특위 위원장)이 지난해 8월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강정책특위 10대정책을 발표하는 모습. 2020.8.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국민의힘 새 정강정책 : 일하는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

지난해 9월2일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개혁작업 일환으로 정강정책을 전면 개정했다. 여기에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 환경을 만들기 위해 현장 중심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안전 불감증을 해소하고, 생명을 최우선 하는 사회 문화를 조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오랜 시간 진보 정당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노동 문제를 정강정책에 담았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국민의힘이 '좌클릭'한다는 논란에 휩싸인 배경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후 노동문제에 이렇다할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지난해 중대재해법 논의 과정에서도 정의당이 이슈를 선도했고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과 '거대 양당'으로 묶여 논의에 소극적인 '기득권 정당' 인상을 풍겼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출신 임이자 의원은 '사람 한 명의 목숨값이 영업 이익을 뛰어넘는다'는 철학을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의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국민의힘은 노동자와 국민의 편에 서서 국회를 지키겠다”며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책임자를 출석시키겠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이번 청문회를 진행하기 위해 당 원내지도부를 찾아 직접 '우리당이 중대재해법 방관자로 몰리는 수모를 언제까지 참아야 하느냐'는 취지로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산업재해 사고에 있어 우리 당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생각이다. 금년도 중재사업장 사고가 발생하면 당연히 국회 차원에서도 이런 진상조사를 계속할 것"이라며 "(이번 청문회로) 기업의 문화를 일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11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던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왼쪽 두번재)가 지난 1월8일 저녁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후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열린해단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2021.1.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11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던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왼쪽 두번재)가 지난 1월8일 저녁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후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열린해단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2021.1.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대기업 때리기? '사람 목숨 귀한 줄 아는' 기업 문화 선도

여야는 이번 청문회가 산재 발생 기업을 망신주려는 의도가 아님을 강조했다. 기업을 국정감사나 환노위 전체회의에 부르면 국회의원들이 기업들을 일방적으로 질타하게 되는데 오히려 이를 지양하기 위해 '산재 청문회'의 틀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여당 간사인 안호영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말 그대로 청문회다. 왜 사고가 발생했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지, 기업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산재 발생 기업으로 대기업만 증인 명단에 포함시킨 것은 '사람 목숨 귀한 줄 아는' 기업 문화로의 변화를 이끌 힘이 대기업에 있기 때문이다. 산재 발생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청업체인 경우가 많고, 대기업의 문화가 바뀌면 중소기업, 5인 이하 중소사업장으로도 영향이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여야가 청문회장에 각사 대표이사를 부르기로 한 것도 이런 변화를 촉구하려는 의도다. 중대재해법상 중대재해의 총괄적 책임은 대표이사가 지는 만큼 대표이사가 사내 안전담당 실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을 방지해야 한다는 데 여야 이견은 없었다고 한다.

민주당은 청문회에 중소기업인 서광종합개발 대표이사를 참고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8개 대기업과 달리 '모범 사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도 안전을 위해 별도의 팀도 만들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만드는데 대기업들은 그 정도 노력도 부족하다"며 "과거처럼 문제 있는 기업만 불러 야단치는 게 아니라 잘하는 기업들도 (출석시켜) 대책을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는 이번 청문회에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장·차관을 모두 출석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부 측 관계자도 기업들의 현황을 직접 듣고 정책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행동하는, 변화하는 보수의 가치(를 보일 것)"라며 "(기업 벌주냐는 지적을) 각오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 바꾸는 일을 진짜로 보수정당이 하는지 한번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청문회 일정과 증인 명단을 담은 안건이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전날(8일)에도 산업 현장에서는 35세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 산업재해 청문회는 오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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