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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기동없는 한미연합훈련…'워게임'만으로 전작권 전환 가능?

국방부 "3월 훈련서 FOC평가 병행…'조속한 전환' 목표"
주한미군사령관 "훈련, 게임하듯 안돼"…美 '훈련유보' 무게

[편집자주]

육군 수도기계화사단과 주한미군 제23화학대대 501중대 장병들의 합동 모의훈련 (주한미군 페이스북) 2020.2.3/뉴스1
육군 수도기계화사단과 주한미군 제23화학대대 501중대 장병들의 합동 모의훈련 (주한미군 페이스북) 2020.2.3/뉴스1

내달 실시 예정인 올해 전반기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앞두고 우리 군 당국은 이번 훈련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필요한 완전운용능력(FOC) 검증·평가를 수행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올해 훈련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축소 실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일각에선 "대규모 야외 실기동훈련(FTX)이 배제된 현행 훈련방식으론 FOC 등 평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2022년 5월까지) 한미 간 전작권 전환 공약에 따라 지난 2017년 '전작권 조기 전환'을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선정해 추진해왔다.

구체적으로 양국 군 당국이 2014년 합의한 전작권 전환 3대 조건 가운데 '연합방위 주도에 필요한 우리 군의 군사능력 확보'와 관련해 전작권 전환 뒤 설치될 우리 군 주도 미래연합사령부의 임무수행능력에 관한 3단계 검증·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3단계 평가 중 1단계인 기본운영능력(IOC) 평가는 지난 2019년 마무리됐으나, 2단계 FOC 평가는 아직 첫발을 떼지 못 상태다. 당초 한미 양국 군은 2020년 연합훈련을 기해 FOC 평가를 수행하려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훈련규모가 대폭 축소되면서 평가를 거의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히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올해도 한미훈련 중 FOC 평가가 불가능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모습. FOC 평가를 위해선 해외 주둔 미군도 다수 훈련에 참가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유행 상황 속에선 이 같은 이동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이른바 '워게임' 방식의 연합지휘소훈련(CPX)에 초점을 맞춘 현행 한미훈련 방식에 대해 최근 "훈련이 컴퓨터게임처럼 되는 건 곤란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규모 FTX가 수반되지 않는 한 FOC 평가가 불가능함'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군 일각에선 내달 한미훈련에서 FOC 평가가 진행되더라도 "에이브럼스 사령관으로부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2.1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욱 국방부 장관이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2.1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한미 양국 군은 2018년까지만 해도 CPX와 대규모 FTX를 병행해왔으나, 이후 FTX는 대대급 부대 이하 규모로 연중 분산 실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2018년 4·27남북정상회담과 같은해 6·12북미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한미 양국이 기존의 대규모 연합훈련을 축소하기로 한 데 따른 결과다.

이에 따라 독수리훈련(FE)와 같은 한미 양국 간의 대규모 FTX는 2년10개월째 실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직 군 장성 등으로부턴 "한미연합 전력태세 유지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대규모 FTX를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시돼왔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순환배치 때문에 미군의 한반도 주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훈련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전투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 관련 논의를 촉진시키기 위해 훈련 축소를 결정했으나, 비핵화 협상은 결국 멈춰 섰고 북한 측은 축소된 한미훈련마저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주장하며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로선 '전작권 조기 전환을 위해 한미훈련을 FOC 평가가 가능한 규모로 실시하되 북한을 자극하는 것 또한 피해야 한다'는 난제를 맞닥뜨린 셈이다.

그러나 서욱 국방부 장관은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답변에서 "한미는 코로나19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훈련 시행방안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번 훈련에서) FOC를 병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미국 측은 코로나19 때문에라도 이번 훈련에서 FOC 평가를 유보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우리 군과 정부로선 '전작권 조기 전환' 과제를 계획대로 적극 추진해가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국회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서도 "연대급 이상 FTX는 한미가 각각 단독으로 시행하고, 대대급 이하 훈련과 해외파견훈련은 연합훈련 형태로 정상 시행되고 있다"며 한미 양국군이 함께하는 대규모 FTX 없이도 한미연합방위태세 유지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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