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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공수처, 검찰과는 다른 길 가기 위해선

출범 한달…김진욱 다짐한 ‘새 수사관행’ 만들어야
野, 발목 잡기보단 ‘정권 보위처’ 안 되게 견제해야

[편집자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8일 윤석열 검찰총장과 만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2.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8일 윤석열 검찰총장과 만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2.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기존의 수사관행과 달리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인권침해 없는 수사를 하려면 빨리하는 것보다는 기반을 탄탄히 다지는 게 중요하다."

김진욱 공수처장에 수사 개시 지연 우려에 대해 묻자 그가 내놓은 답변이다.

김 처장은 지난 1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심은 1호수사에 집중돼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새로운 (수사)관행을 만드는 것인 것 같다"고 했다.

김 처장은 "기존 방식대로 (검찰의) 성과주의나 무리한 수사 등을 되풀이 안 하려면 수사 매뉴얼, 방식, 공보 등을 잘 점검해서 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수처가 2∼3년 있다가 없어질 조직이 아니라면 새로운 방식으로 수사를 해야한다"고도 했다.

이같은 김 처장의 발언에서 공수처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기존 검찰의 악습으로 평가받는 표적수사와 별건수사, 인권침해적 강압수사를 하지 않는 수사기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판사 출신인 김 처장이 직접 검사 선발 면접에 들어갈 예정인 만큼, 수사팀 인선부터 향후 교육, 규칙 제정, 수사 방식 등에 있어 '검찰답지 않은' 새로운 수사 관행이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일단 공수처는 직제에 상관없이 사건에 따라 유동적으로 팀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검찰에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거나 이목이 집중된 대형 사건의 경우 각 지방청 검사들을 파견하는 형태로 수사팀을 꾸리는 방식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전문가로부터 수사 개시와 기소, 강제 수사, 영장 청구 등에 대한 의견을 듣는 '수사심의위원회'(가칭) 구성을 두고도 해외 사례를 검토 중이다.

여당의 입법독주로 탄생한 공수처가 그 태생적 딜레마를 딛고, 헌정사에 의미 있는 개혁 성과로 자리 잡으려면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한 원칙 있는 개혁 작업들이 이뤄져야 한다는 기대가 크다.

'정권 보위처', '통제되지 않는 괴물'이라는 야당의 비판이 다시는 나오지 못하게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면서도, 기존 검찰의 적폐 관행들은 끊어내는 수사 원칙이 정립돼야 한다.

정치권의 태도변화도 중요하다.

여당은 공수처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고, 야당은 협조해야 한다.

이미 출범한 공수처의 발목을 잡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아있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조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야당이 여당을 견제하며 공수처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인사위원 추천 지연 전략을 쓰는 대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권세력에 '굴복'하는 공수처가 되지 않도록 초석을 다지는 일에 적극 나서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야당의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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