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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전면도입, 지방대 학생부교과전형 운명은?

[이재진의 입시 리포트]

[편집자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전 경기도 구리 갈매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전 경기도 구리 갈매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고1이 되는 2025년부터 고등학교에서 원하는 교과목을 선택해 듣는 '고교 학점제'가 전면 시행된다고 교육부가 발표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하고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다.

기존에는 학생의 성적에 상관없이 과목을 이수할 수 있었지만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누적된 과목 이수 학점이 졸업 기준에 이르렀을 때 졸업이 가능하다. 이 제도가 도입됐을 때 고교, 대학은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대학입시의 관점에서 분석해 본다.

◇원점수 인플레이션? 수행평가 부담 증가?

고교학점제 졸업기준은 각 과목 출석률(3분의 2 이상)과 학업성취율(40% 이상)을 모두 충족해서 총 192학점을 따야 졸업이 가능하다. 최소 학업 성취율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은 성적으로 'I’(Incomplete·미이수)를 받고 학교 등에서 별도 '보충 수업'을 받을 것이라고 교육부는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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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개정 교육과정 이후 변경된 고교과목 체계가 또 한번 바뀌었다. 공통과목은 동일하고 일반선택·진로선택·전문교과가 일반선택·융합선택·진로선택 등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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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산출 방식도 변경됐다. 선택과목은 성취평가(절대평가) 공통과목도 성취평가(절대평가)이나 석차등급제도 함께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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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지정된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중 하나인 경기도 공립 일반고 'A'고의 교과별 학업성취사항을 예시로 고교학점제 과목별 성취분포를 예상해 본다.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인 A고 3학년 성취도 비율을 보면 A등급 비율이 0~66.7%, E등급 비율이 57.4%~75.8%로 분포돼 있다. A·B·C·D·E 등급비율 분포가 일정하지 않다.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의 맹점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정치와 법'의 경우 A고교 평가계획을 살펴보면, 지필고사 40%, 수행평가 60%이고 수행평가는 보고서 25%, 카드뉴스 25%, 포트폴리오 10%로 구성돼 있다. 수행평가 비율이 높음에도 성취도 A 비율이 0%이다. 또 이 과목 수강생의 75.8%가 성취도 E이다.

2018년에 지정된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중 하나인 경남 공립 일반고 B고의 교과별 학업성취사항을 보면 세계사,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화학II 등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 성취도 A비율이 23%가 넘는다. 상대평가 기준, 3등급까지 성취도 A를 받았다. '확률과 통계'는 이수자 중 거의 절반이 성취도 A이다. 확률과 통계의 평가는 지필고사 80%, 수행평가 20%다. 수행평가 비율이 낮음에도 성취도 A 비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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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학생부 이수과목에 9등급 상대평가 등급과 함께 성취평가가 기재되니 A고의 성취평가 비율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선택과목은 성취도만 표기되기 때문에 A고와 같은 성취도 비율은 대부분의 고교에서는 피할 듯하다.

대부분 고교에서는 최상위권 대학 진학에 유리하도록 성취도 A가 많은 이수자를 늘이려고 할 것이다. 예로 든 B고의 성취도별 분포비율과 비슷할 듯하다. 2025학년도 이후부터 상당수의 고교에서는 수행평가 비율을 40% 이상으로 높이거나 지필고사의 난도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 원점수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 경우 대학입시에서 학생 선발에 큰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의대, 약대 등 최상위학과 변별은

수시모집에서 학생부교과전형은 이수과목의 내신등급으로만 선발하는 전형이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될 경우 수시모집 학생부교과전형 의예·치의예·약학과·한의예·수의예·초등교육 등 선호도가 높은 모집단위의 변별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0학년도 C대 수시모집 학생부교과전형 의예과 입시결과는 합격자 평균은 1.03등급, 최저등급은 1.07등급이다. 1과목이 2·3등급이 있는 전과목 1등급 지원자 또는 2과목 2·3등급이 있는 전과목 1등급 지원자가 합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각 고교에서 1학년 공통과목은 이수자수가 많아 상대평가라도 최상위 학생들이 내신을 관리하기 쉬운 편이다. 하지만 선택과목의 경우 이수자수가 줄기 때문에 상대평가의 경우엔 내신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 성취평가(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성취도 관리가 수월할 가능성이 높아 의·예과 등 지원자들은 선택과목에서 모두 A등급일 수 있다.

2025학년도 이후 각 고교에서 공통과목 모두 1등급, 선택과목 모두 성취도 A인 지원자들이 이전보다 월등히 많아지게 될 것이다. 이럴 경우 대학은 어떤 선택을 할까. 크게 4가지 방안을 고민할 것이다.

첫 번째, 내신 산출식을 최대한 정교하게 할 수 있다. 2022학년도 고려대, 서강대와 같이 성취도 비율에 맞춰 내신을 산출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두 번째 각 고교별 지원자를 제한하는 방법(예를 들어 각 고교별 O명 이내) 세 번째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강화하는 방법, 네 번째 이 전형 자체를 없애고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변경하는 방법 등이다.

학생부교과전형에서 내신이 의미 없는 희한한 현상이 최상위권 모집단위에서 발생하게 된다. 의대, 교대 등 입학처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고교학점제 시대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 © 뉴스1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 © 뉴스1

◇지방대 수시모집 학생부교과전형의 운명은

2022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내신등급으로 선발하는 수시모집 학생부교과전형 선발인원의 비율은 대학 모집인원 33만3096명 중 14만3836명인 43.2%로 제일 많다. 문제는 학생부교과전형 선발규모가 비수도권에서 11만7093명, 학생부교과전형의 81.4%로 이 전형은 지방대학의 주력 전형이다. 비도권 대학들도 학생부교과전형에서 지원자 선발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다.

지방권 D대학의 2020학년도 학생부교과전형 최종등록자 평균등급을 보면 국어국문학과 4.72, 영어영문 4.54, 역사문화 4.61등급이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상대평가 기준 내신 중위권 등급(4~6등급) 이수자들은 선택과목 대부분 과목이 C등급일 가능성이 높다. 변별은 상대평가 체제의 공통과목에서 변별이 될 듯하다.

학생부교과전형은 고교 재학생 지원자가 많다. 이 경우 3학년 1학기까지 내신을 고려해 대학이 선발한다. 문제는 5학기 내신 중 1학년 2개 학기만으로 학생을 변별할 가능성이 높은 학생부교과전형을 대학이 유지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에 있다. 최상위권 대학과 같이 수능최저를 걸기도 쉽지 않고 대학별고사 도입도 쉽지 않고 면접을 변별 전형요소로 고민하기엔 전형일정 등 여러문제로 고민스러울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지방대학 주력 전형인 학생부교과전형의 부실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정시모집을 늘리기에는 2021학년도의 학습효과 때문에 부담이 크다.

대입에서 정시모집 수능전형 확대 기조와 고교학점제는 불편한 동거로 볼 수밖에 없다. 내신을 잘하는 학생이 지원가능한 전형, 수능을 잘하는 학생이 지원가능한 전형, 두 전형으로 선발할 수 없는 지원자의 관심과 노력을 평가하는 전형으로 선발하는 전형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성취평가제의 도입은 수능의 역할을 크게 만들고 대입의 축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만들 것이다. 고교학점제로 치러지는 2028학년도 대입은 돌풍처럼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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