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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정치판사 낙인은 대법원장이 찍었다

본질은 '정치판사' 아닌 '無원칙인사로 재판 신뢰 잃게 한 것'
후배에 정치판사 낙인찍은 건 無원칙인사 감행한 대법원장

[편집자주]

김명수 대법원장2021.2.1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2021.2.1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관인사 원칙을 깨고 특정사건를 심리하는 재판부 재판장들을 장기간 서울중앙지법에 유임하는 결정을 한 데 이어 서울중앙지법도 사무분담을 통해 특정사건을 계속 심리할 수 있도록 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비판의 핵심은 이번 인사가 정치권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울산선거개입 사건을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미리 부장판사가 계속 맡도록 해 여권에 유리한 결론을 내게 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울산선거개입 사건 재판을 거의 1년째 공판준비기일만 진행하고 조 전 장관 동생에게는 웅동학원 허위소송 관련 혐의는 무죄, 채용비리 혐의는 공범들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 사건들을 처음부터 지켜본 입장에서는 김 부장판사가 어떤 예단을 갖고 재판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조 전 장관 동생의 허위소송 혐의는 의혹과 반대되는 증언과 증거가 있었고 법리적으로도 납득 가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부장판사를 정치판사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의 핵심은 이번 인사로 '정치판사에게 계속 사건을 맡겼다'는 것이 아니라 '근거를 알 수 없는 원칙 없는 인사로 재판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요 재판을 맡은 경우 3년 넘게 유임한 산례들이 있기 때문에 이번 인사가 이 정도로 비판받을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8년여의 법조생활동안 이 원칙에서 벗어난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을 맡은 김세윤 부장판사 1명으로만 기억하고 있다.

과연 논란의 중심에 선 재판장들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리더라도 그 결과를 누가 믿어줄까. 만약 결론이 조금이라도 여권에 유리하게 난다면 김 대법원장이 과거 대법원장들과 다를 바 없이 형사합의부 재판장 인사에 개입한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여권에 유리할 게 하나도 없는 결론이 나더라도 그 과정에서 사법부가 겪은 외풍과 내홍을 생각하면 잃은 게 더 많은 인사다.

김 대법원장은 이들을 유임시키면 어떤 정치적 파장이 일어나고 결과의 신뢰성을 해치게 되는 인사였다는 점을 알지 못했을까.

안일한 판단이었는지, 의도된 판단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후배 판사에게 정치판사의 낙인을 찍은 것은 바로 근거도 알 수 없는, 원칙이 무너진 인사를 감행한 김 대법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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