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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美연준 의장의 또다른 고민…'자산시장의 버블'

CPI·PCE 등은 연준 인플레 목표 밑돌아
증시·부동산·비트코인 등 급상승…'앨런스펀의 실기' 상기할 때

[편집자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 AFP=뉴스1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 AFP=뉴스1

"문제는 인플레이션보다 자산시장 버블과 금융위기의 위험성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 안정화는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목표로 더욱 중요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실물 경기가 위축되는 가운데에서도 이상 열기가 느껴지는 곳들이 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풀어댄 유동성은 증시와 주택시장, 그리고 원자재 시장까지 흘러들었고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까지 끌어 올리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한 마디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출렁일 수 있는 건 펀더멘털을 고려하지 않은 '머니 게임'만 진행되고 있기 때문.

돈풀기로 야기된 이러한 자산 가격의 폭등, 그리고 어쩌면 있을 버블 붕괴가 실물경제에 미칠 가능성에 중앙은행은 더 집중해 봐야 할 때일 수 있다. 

나스닥 시장은 이달들어 또 신고가를 찍었고 올들어 비트코인 가격은 약 80% 급등했다. 구리 가격은 3월 이래 두 배로 뛰었다. 이머징 시장 채권 발행은 매우 낮은 금리에서 정상적인 수량을 넘게 이뤄졌다. 미국 20대 도시 주택 가격을 토대로 매기는 케이스-실러 주택지수도 지난해 12월 9.5%나 뛰며 2014년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올랐다.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65달러대까지 회복됐다.

어쩌면 인플레이션 우려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아직 연준이 인플레 잣대로 사용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 개인소비지출(PCE) 증가율이 '매우' 안정적인데다 연준의 물가 목표치(2%)에 비해 크게 낮다. 실업률도 지난 1월 기준으로 6.3%로 자연실업률 수준을 상회하고 있으니 연준이 완화적인 기조로 가는 것을 뭐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데이비드 벡워스 전 재무부 이코노미스트(현 머카투스 센터 선임 리서치 펠로우) 등은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 인플레 우려를 제기한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올리비에 블랜차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에 대해 언급하며 "(인플레 압박에 대한) 긴장을 풀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는 사실 너무 약하다"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국면에서의 물가 상승의 징후가 보이겠지만 현재의 인플레는 적정 수준 이하로 유지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금융위기 경험이다. 금융위기 이전에도 물가가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방치하다시피 한' 2000년대 초중반 장기에 걸친 저금리 기조가 부동산 시장 버블을 만들어 냈다. 그러면서 부실화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붕괴로 달려갈 때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부랴부랴 올린 금리는 결국 버블을 터뜨렸고 금융위기의 속도를 높였다. 지금은 이러한 '그린스펀의 실기'에 대해 더 들여봐야 할 때란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22일(현지시간) "공교롭게도 지난 세 번의 미국 경기침체 중 두 번은 1990대 후반 기술주 호황, 2000년대 주택시장 붐 등으로 인한 것이었다"면서 당시 소비자물가 변화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불균형을 초래한 자산가격 거품 때문에 경기침체가 온 것이었다고 진단했다. 또 현재 소비자물가엔 주택시장의 '투자' 부분이 측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집값이 아니라 대도시에서 내는 임대료를 기준으로 주거비를 추정하고 있기 때문에 버블 국면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 하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23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24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경제 상황에 대해 보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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