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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는 靑, 착수하려는 黨…검찰개혁 발 레임덕 징후인가

정청래 "1년 남은 靑과 黨은 달라"…김경수 "국회·黨 입장 중요"
문대통령 역대 가장 높은 40%대 지지율…여전한 靑 이슈 주도권

[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2.2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2.2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 시즌2'를 두고 당청간 엇박자 기류가 감지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 징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2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사-기소 분리 법안에 대한 장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께서 제게 주신 말씀 중 크게 두가지가 있다"라며 "첫번째는 올해부터 시행된 수사권 개혁이 안착되고 두번째로 범죄수사 대응능력 및 반부패 수사 역량이 후퇴해선 안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같은 박 장관의 답변이 수사청 신설에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대선 후보가 정해지며 본격적인 선거국면으로 접어들기 이전인 올해 상반기 내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신설 입법을 완료하려는 민주당과 문 대통령의 의중이 다른 기류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류는 전날(2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어졌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검찰개혁 속도조절론'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박 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러 온 날 속도조절을 당부했다"고 밝혔다가 국회 운영위원장인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통령께서 '속도조절하라'고 말씀하신 건 아니지 않느냐"고 수습하기도 했다.

이후 유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속도조절이라는 표현이 아니고, 현재 검찰개혁과 권력기관 개혁안이 잘 안착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하신 게 '속도조절'이라는 것으로 언론에 나왔다"라며 "그 워딩은 없었다"고 정정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의중이 어디에 있느냐를 두고 혼선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을 두고 여당 내부에서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검찰개혁은 '시즌1'로 불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등으로 한 단계 마무리됐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주도로 이뤄지는 '중수청 설치'을 골자로 하는 '시즌2'가 문 대통령의 의중과 다르게 당에서 속도를 붙이며 주도권이 당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청래 의원은 전날 KBS '사사건건' 방송에서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았고, 21대 국회는 임기가 1년됐다"라며 "국회가 해야 될 일을 뚜벅뚜벅 해야 된다. 마무리하는 청와대와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국회의 입장은 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입법 문제이기 때문에 당의 입장이 중요하다고 힘을 실었다. 김 지사는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은 청와대 입장이 있더라도 법을 통해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국회와 여당의 입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하게 토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속도조절론'과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태도의 바탕에는 '레임덕이 아니다'라는 자신감도 자리하고 있다.

우선 문 대통령 지지율이 여전히 40% 안팎을 공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역대 정부와 비교했을 때 임기 1년을 남겨둔 상황에서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도가 40%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한국갤럽이 지난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 대통령 취임 4년차 3분기 평균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42%로, 같은 분기의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와 비교할 때 가장 높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 4년차 3분기 평균 직무수행 긍정평가율은 김영삼 대통령 34%, 김대중 대통령 28%, 노무현 대통령 16%, 이명박 대통령 37%, 박근혜 대통령 32%다.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청와대가 모든 이슈의 중심에 서면서 정책 추진의 '힘'이 건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시급하거나 논란이 되는 현안에 대해 여전히 문 대통령이 나서야 정리되는 '해결사' 지위도 공고하다.

대표적으로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회사 모더나의 스테판 반셀 CEO와 직접 영상통화를 통해 기존에 추진하던 물량 2000만 도즈보다 두 배 늘어난 4000만 도즈의 백신을 확보하고, 시기도 당초 내년 3/4분기에서 2/3분기로 당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일련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의표명을 두고 청와대발(發) 혼란이 검찰개혁 동력을 상실하는 데까지 이어질 경우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사정기관을 조율하는 민정수석비서관을 두고 문재인 정부에서 유난히 '잡음'이 많았고, 이러한 조짐이 임기 말까지 혼란으로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에서 검찰개혁 시즌2 '속도조절론'에 대해 수습하고 있지만, 결국 문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인지 또다시 문 대통령의 '입'으로 시선이 쏠리게 됐다.

여당 싱크탱크 수장인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은 이날 KBS라디오 '최강시사'에서 "지금 '검찰개혁 시즌1'의 수사권 조정 문제가 안착되면 다음 단계로 시즌2를 하는 게 맞지, 아직 시즌1도 시행 안 됐는데 지금 시즌2를 하는 것은 너무 빠르다는 게 문 대통령의 뜻인 것은 분명해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의사가 이렇게 분명히 전달됐으면 적어도 집권여당 의원이면 그것에 좀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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