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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직원 광명·시흥에 100억 사전투기…영화 '강남 1970' 떠올랐다"

민변 "제보 확인차 등기부 보니 배우자·가족 포함 20여명"
“같은 본부 소속 직원들 공동 매입…연루직원 더 있을 것"

[편집자주]

민변과 참여연대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투기 의횩 발표 및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뉴스1
민변과 참여연대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투기 의횩 발표 및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뉴스1

"이 사건 제보 내용을 확인하며 '강남 1970'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마치 공사 직원을 상대로 신도시 토지보상 시범사업을 하는 착각을 일으킬만한 정도다."

2일 한국주택토지공사(LH) 임직원 10여명이 광명·시흥지구 3기 신도시 지정 발표 전 약 100억원에 달하는 사전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변호사 단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장 김태근 변호사의 말이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LH 공사 직원과 배우자, 지인 등 10여명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내 2만3028㎡(약 7000평)의 토지를 사전에 매입한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토지의 실거래가 총액은 99억4512만원에 달하며 금액 중 상당 부분(약 58억원)은 대출로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자체 조사는 민변이 지난달 24일 한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받은 제보로부터 시작됐다. 제보 내용은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 3개 필지에서 LH 직원 여러명이 나누어 매입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수많은 제보가 쏟아지는 시민단체 특성상 처음 제보를 받았을 때 신뢰하기가 어려웠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속는 셈 치고'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을 뜯어본 후 LH 홈페이지 직원검색란을 통해 이름을 대조해보니, 같은 LH 지역본부에서 근무 중인 직원 여러명이 해당 필지를 나눠 매입한 정황이 발견됐다.

사안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민변은 그날 하루 동안 인근 주변 필지의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을 더 확인하기 시작했고, LH직원들로부터 약 7000평·100억원의 토지 매입 정황을 추가로 발견했다.

다만 민변은 실제 LH 직원의 이름과 등기부등본상 이름이 동일 인물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분석 작업에 참여한 서성민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예를 들어 A씨만 걸렸다면 동명이인일 가능성도 있지만 A씨와 B씨가 토지 구입 공유자로 돼 있고,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경우면 신빙성이 매우 높다"라고 했다.

민변과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6월 3일 같은 날 과림동 일대에 동일한 전 소유자로부터 25억4000만원 상당의 토지를 구입한 6명 중 5명이 LH 직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유사하게 지난해 2월 27일 과림동 일대 22억5000만원 시가의 토지를 구입한 7명 중 5명도 LH 직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2명은 LH 직원의 배우자 등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들 LH 직원들은 수도권 LH 지역본부 등에서 같이 근무 중인 것으로도 조사 결과 확인됐다.

이런 방식으로 민변과 참여연대의 조사에 걸린 LH 직원만 현재까지 14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LH 직원 배우자 2명, 가족 1명, 지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2명 더 등장한다. 추가 조사시 더 많은 LH 직원들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배우자 등은 민변이 문제가 된 LH 직원들의 등기부등본과 배우자의 등기부등본과 대조해보며 추가로 확인했다. 배우자의 주소지가 문제가 된 LH 직원과 동일하며, 같은 성별에 연령대도 비슷했다는 것이다.

서 변호사는 "정황상 100%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특히 해당 직원들의 이름이 흔하지도 않다"라고 강조했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실행위원)도 "공사 직원들이 개발이 예상되는 지역에 사전투기 행위를 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이 사건의 본질을 볼 때 다른 신도시 지역에도 이런 부패 행위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해당 의혹을 추가로 주시하고 모니터링하는 한편 LH와 국토부가 자체 감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부패방지법,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 등의 위반으로 형사고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국토부는 해당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지정한 광명·시흥지구 3기 신도시와 관련해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그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수사의뢰와 고소, 고발 등의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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