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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이어 미국도 백신 보호주의…백신 재료 수출 제한

화이자 백신 관련 재료 수출 금지…인도 SII, WHO 등 비판
최근 이탈리아 정부도 자국 생산 백신 수출 금지

[편집자주]

© AFP=뉴스1
© AFP=뉴스1

미국이 화이자 백신 재료 수출을 제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 미국 정부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원료 및 공급품 수출을 제한하려 하고 있어 전 세계의 다른 백신 생산업체들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아다르 푸나왈라 인도 혈청연구소(SII) 대표는 지난 4일 세계은행이 주최한 패널 토론에서 현재 미국 정부가 백신 생산에 필요한 필터 등 일부 특정 재료들의 수출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정부가 국방물자생산법(DPA)까지 동원해 화이자로부터 코로나19 백신 1억도스(1도스는 1회 접종량)를 추가로 구매하는 등 백신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다른 국가로 공급될 백신 물량을 제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SII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백신을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 공급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 SII는 현재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9000만도스를 생산해 51개 국가에 전달했다.

푸나왈라 대표는 이번 미국 정부의 수출 제한으로 코로나19 백신의 전세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설명하며 노바백스 백신 생산량도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푸나왈라 대표는 "우리는 노바백스의 주요 생산업체"라며 "(노바백스) 백신 생산을 위해서는 미국에서 해당 품목들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재료들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6개월~1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코로나19 백신 제조에 사용되는 원료가 전 세계적으로 부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숨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과학자는 백신을 담을 바이알(병) 생산을 위한 유리, 플라스틱, 마개 등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백신 확보를 위한 자국 우선주의는 앞서 유럽에서 먼저 대두됐다. 지난 4일 이탈리아 정부가 자국 내 시설에서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25만도스의 호주 수출을 위한 선적을 일시적으로 금지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유럽연합(EU) 공급물량이 줄어들면서 유럽 지역 내 생산된 백신의 지역 외 수출을 일시적으로 통제한 것이다.

이와 관련 WHO는 지난 2월 10일 기준 전 세계에서 접종된 코로나19 백신의 4분의 3 이상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 10개 국가에서 소비됐다며 백신 접종이 일부 국가에만 치우쳐 있다고 비판했다.

WHO는 이러한 상황이 "바이러스가 백신에 내성이 생길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전 세계 국가들의 경제회복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화이자는 생산시설 확대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으며 원자재 부족까지 겪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에 공급하기로 했던 코로나19 백신 1억도스의 절반 수준인 약 5000만도스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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