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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後스토리] 댓글·실검 이어 '별점평가'까지 없앤 네이버, 왜?

전통 유통·금융사와 차별 꾀하고 규제 방어수단으로 SME와 상생 강조

[편집자주]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 News1 민경석 기자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 News1 민경석 기자

네이버가 별점 평가를 없앤다고 선언했다. 실시간 검색어·댓글 폐지에 이어 포털 사업자로서 사업적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악용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 '착한 일'이다.

특히 '검색 포털'에서 '종합 플랫폼'으로 변신을 꾀하는 네이버가 검색이 아닌 예약·주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플레이스'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BM)을 중단한 차원이라 더 '통 큰 결단'이라는 평가다.

앞서 네이버는 전국민의 인터넷 관문(포털) 역할을 하며 굵직한 선거 때마다 여야 양쪽으로부터 '편향성' 논란에 시달리자 실검을 폐지했다. 사실상 '의제 설정' 기능을 포기한 '정치와 거리두기' 행보다.

악플에 시달리던 유명인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건까지 발생하자 연예·스포츠 '뉴스'보다 재밌는 '댓글'을 폐지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번엔 별점 평가까지 폐지를 선언했다. '별점 테러'로 소상공인이 애꿎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난 탓이다. 별점 평가는 이용자들이 네이버를 통한 식당·카페 검색의 유인 요인이다. 댓글이나 실검과 달리 '돈'과 연관된 서비스다. 이용자 입장에서 별점 평가 폐지는 서비스의 매력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런데도 별점 평가를 없애겠다는 네이버.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별점 평가 자리에 새로 도입될 태그 구름의 모습. (네이버 제공)© 뉴스1
별점 평가 자리에 새로 도입될 태그 구름의 모습. (네이버 제공)© 뉴스1

◇ '돈' 되는 스마트플레이스 BM 포기

네이버는 스마트플레이스를 통한 네이버페이 주문 결제 수수료로 수익을 올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4월부터 오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 수수료를 전액 지원하고 있지만, 프랜차이즈 직영점이나 대기업 계열 식당·카페처럼 중소사업자(SME) 지원 취지에 맞지 않는 곳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펜션 예약 수수료를 업체 정보를 쥔 중간 콘텐츠 사업자(CP) 등과 나눠 갖기도 한다.

스마트플레이스는 '검색-쇼핑-결제'란 네이버 생태계를 확장할 뿐만 아니라 가게 위치나 메뉴, 주차지원 등 빅데이터를 쥐고 추가적인 수익화 모델을 꾀할 수 있는 여지가 무궁무진한 서비스인 셈이다.

주력인 검색기술을 바탕으로 이커머스 강자로 급성장한 네이버는 최근 핀테크·콘텐츠·클라우드 등 신사업으로 수익원을 넓혀가고 있다.

네이버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보면, 검색광고가 7702억원으로 여전히 전체 영업수익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면서도 전년 대비 5.6% 성장에 그치는 반면, 커머스(37.6%)·핀테크(66.6%)·콘텐츠(48.8%)·클라우드(41.4%) 부문이 점유율을 매섭게 채우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왼쪽)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 © 뉴스1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왼쪽)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 © 뉴스1

◇ 규제 칼 끝 선 네이버 "SME와 상생" 호소

네이버의 이번 결정은 네이버가 단순히 착한 기업이라서라기보단 기업의 본래 목적인 '이윤추구'에 충실하기 때문이란 해석이 업계 중론이다. 별점 폐지가 오히려 네이버 생태계 확장과 규제 방어에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네이버가 강조하는 'SME와 상생'은 국내 쇼핑 시장을 장악하며 기존 유통·금융 기업들의 견제를 한 몸에 받는 회사가 전통 산업들과 차별화를 두는 지점이다.

정부 정책이나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안으로 사업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네이버로선 시장 지배적 사업자이지만 SME와 상생한다고 여론에 호소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규제 방어 수단이기도 하다.

통상 플랫폼 사업자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상거래 시장 매출 상승을 견인하면서도 수수료 이슈로 SME들과 '애증관계'에 있는 이중적 위치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 배달의민족과 식당업주 간 해묵은 갈등만 봐도 알 수 있다.

◇ 'SME' 23번 언급한 한성숙 대표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SME와 상생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1월 실적발표 투자자 대상 콘퍼런스콜(전화회의) 모두발언에서만 중소사업자(Small and Medium Enterprise)를 뜻하는 'SME' 단어를 총 23번 언급, SME와 상생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특히 자사 쇼핑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에 주력하는 동시에 금융 서비스 확대를 꾀하고 있다.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의 자금회전을 돕기 위해 기존 '배송완료 이틀 후 무료 정산'에서 '배송완료 다음날 무료정산' 서비스를 도입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미래에셋캐피탈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 문턱을 기존 3개월 연속 매출 월 100만원에서 월 50만원으로 낮췄다.

스마트스토어 데이터 기반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은 금융정보가 거의 없는 '씬파일러' 사업자들도 대출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실시간 매출과 반품률, 단골고객 비중, 고객 문의 응대 속도 등 스마트스토어 내 활동 데이터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76% 성장했고, 스마트스토어 수는 2020년 12월 41만개를 기록했다. 월 거래액 1억원 이상의 스마트스토어도 4000개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작년 스마트스토어 결제자 수는 2000만명을 돌파했고, 인당 결제 횟수와 객단가도 각각 43%, 47% 성장했다.

네이버가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자사 라이브 커머스 '쇼핑 라이브'도 SME 비중이 높다. 지난해 12월 쇼핑라이브 수는 5600건, 쇼핑라이브 시청 수는 2400만뷰로 전월 대비 각각 50%, 30% 증가, 누적 1억뷰를 돌파했는데 전체 라이브 판매자 중 SME 비중이 8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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