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N인터뷰]② '결사곡' 전수경 "남편 외도 충격, 겪어본 사람만 알아…연기 몰입"

[편집자주]

전수경/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전수경/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배우 전수경에겐 최근 종영한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이하 '결사곡')이 인생작이자 터닝포인트다. '결사곡'은 잘나가는 30대, 40대, 50대 매력적인 세 명의 여주인공에게 닥친 상상도 못 했던 불행에 관한 이야기와 진실한 사랑을 찾는 부부들의 불협화음을 다룬 드라마로 방송 첫 회부터 TV조선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로 출발한 화제작이었다.

임성한 작가의 6년 만의 복귀작이기도 했던 '결사곡'에서 전수경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연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가 연기한 이시은은 박해륜(전노민 분)의 아내이자 사피영(박주미 분)이 연출하고 부혜령(이가령 분)이 DJ를 맡은 라디오 방송의 메인 작가이기도 하다. 일은 물론 가사까지 완벽히 해내는 워킹맘이었지만 남편 박해륜의 외도 사실을 알고 큰 상처를 받게 된다.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비키정과 같은 화려하고 맛깔나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지만 이번에는 수더분한 현모양처였다. 자신에게 새로운 캐릭터가 주어진 것에 대해 그는 "제게도 시은이와 같은 성향이 있었는데 작가님께서 사람을 꿰뚫어보시는 심리가 있으시구나 하고 놀랐다"고 감탄했다. 또 "정말 뒤늦게 찾아온 소중한 기회였다"며 이시은을 33년 차 연기 인생에서의 인생 캐릭터이자 터닝 포인트로 꼽았다. '결사곡' 이시은으로 더 깊어진 연기 내공을 인정받기까지, 전수경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수경/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전수경/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N인터뷰】①에 이어>

-남편 박해륜의 불륜으로 행복과 평화가 깨진 가정의 아내, 엄마 연기는 어땠나.

▶몰입되는 부분이 있었다.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후 충격 이런 건 겪어본 사람이 알 것 같기도 하다. (과거 이혼 전) 공허함, 배신감, 이런 게 사실 저도 좀 있었기 때문에 '작가님이 그걸 너무 잘 쓰셨다'고 생각했다. 이시은 박해륜 부부 뿐만 아니라 30대, 40대 그리고 70대 부부들의 심리를 어쩌면 이렇게 잘 아시고 표현을 하실까 싶을까 정도로 세세한 심정이 닮은 부분이 많았다. 놀랐다.

-화장기 없는 모습으로 연기하기도 했는데 부담감이 크진 않았나.

▶그동안 어쩔 수 없이 화려한 조연을 하면서 극강의 럭셔리함을 보여준 경험이 많다. 그 모습에 익숙해서 새로운 연기를 하는 게 조금 두렵긴 했다. 배우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데 댓글들이 무섭더라. 그렇다고 댓글을 아예 안 볼 순 없진 않나. 그래도 외모적인 부분은 기존에 하던대로 해선 안 되겠다 했고 과감하게 마음 다잡고 화장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박주미 이가령 이렇게 예쁜 두 여배우 사이에서 보니 나이 든 게 보이더라.(웃음) 그렇지만 그 모습 때문에 이시은이 잘 표현되는구나 했다.

-이시은도 워킹맘인데 공감가는 부분이 있었나.

▶이시은은 남편 도시락을 매일 싸주지 않나. 저는 그건 못하겠다 했다.(웃음) 저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뮤지컬 공연을 하는 엄마였지만 일하는 시간 외엔 아이들과 최대한 있어주려고 했다. 저는 혼자 한꺼번에 둘을 키워야 해서 몸이 부서져라 힘들게 일한 기억이 많다. 이시은처럼 일하는 여성이자 전업주부로서 바쁘게 살아가는 엄마들은 너무나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이시은은 복수를 언제 할까.

▶정말 많은 분들이 흑화를 바라신다.(웃음) 저도 어느 순간 희망이 되고 대리만족이 됐으면 좋겠다 했는데 이젠 마음을 조금 비웠다. 시청자분들이 각자 캐릭터에 바라는 게 있으시다. 이시은이 사랑 듬뿍 받으면서 멋지게 변신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시청자 분들 좋아하시지 않을까 하지만 드라마가 우리가 생각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기도 하기 때문에 지금은 비우고 열어놨다. 그래서 그런 모습보다도 시은이가 배신을 당했지만 속으로 더 단단해지고 더 슬기롭게 나아갔으면 좋겠다.

-박해륜의 변명이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이시은 입장에서 어떤 변명이 가장 화가났을까.

▶변명이 너무 많지만 저는 솔직히 그 부분은 이해했다. '어떻게 한 여자만 평생 사랑하나'라고 하는데 뻔뻔하지만 사실 그게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다만 그건 아이들과 배우자 앞에서 뱉을 말은 아니다. 저한테 그럴 수 있지만 아이들한테까지 구구절절 자기 합리화 할 때가 너무 미웠다.

-전노민과 부부 호흡은.

▶노민씨는 정말 나쁜 역할을 잘 소화해주셨다.(웃음) 저는 조금 걱정이 됐다. 부부라는 역할을 맡았으니까 극 중에서 가장 오래 산 커플이기 때문에 '오래 산 부부는 스쳐가도 부부구나' 하는 느낌을 줘야 했다. 첫 촬영에서 갑자기 맞추면 힘들 것 같아서 연습 제안을 했었다. 부부는 남녀가 아니라 가족이라고도 하는데 그만큼 되게 형제처럼, 동성친구처럼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저도 가식적으로 접근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서로 그런 부분이 잘 맞았다. 초반에 어색했을 수 있지만 바로 오래된 부부 같이 연기가 편해졌다. 제겐 너무 좋은 파트너였다.

-눈물 신도 많았는데 감정적으로 힘든 점은.

▶엄청나게 많은 양의 대사를 한꺼번에 다 외웠다. 시은의 독백 중에서 하는 대사 중에서 진짜 이건 뼈져리게 이야기 하지 않으면 안 될 대사가 많아서 연습 많이 했는데 할 때마다 고통스러워서 스타일리스트도 함께 울기도 했다. 이시은으로서 계속 살아가야 했기 때문에 초반부까지는 감정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생각을 많이 해서 힘들었던 것 같다. 대사는 외우기 힘들었는데 디테일한 부분 잘 살려내서 연기할 땐 연기자들한텐 큰 쾌감이 있다.

-임성한 작가의 피드백을 받았는지.

▶작가님의 최대 칭찬은 '잘하고 있어요' 이거라고 하더라. 사실 작가님을 만나 뵐 기회가 별로 없었다. 드라마 시작할 때 연기에 대한 조언을 살짝 해주셨고, 조금 부족한 부분들이 있으면 배우들에게 노트를 전달하시더라. 그 노트를 저는 거의 안 받았는데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N인터뷰】③에 계속>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