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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투기의혹' 구속영장에 보완 요청만 다섯 번째

LH직원 첫 영장신청 포함 檢보완수사 요청
경찰 "최대한 완벽" 기한다지만 아쉬움 남아

[편집자주]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2021.3.2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2021.3.2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경찰하면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육탄전 끝에 범인을 검거해 수갑을 채우는 장면이다. 사복 경찰관인 '형사'라는 단어에서 많은 이들이 배우 마동석처럼 육체적으로 강인한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경찰 내부에서도 혐의 유무를 밝히는 수사 능력보다 저항하거나 도주하는 피의자를 검거하는 능력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었다.

그러나 올해 1월1일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되고 지난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터지면서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부여해 경찰권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 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

달리 말하면 경찰이 검찰의 지휘나 도움 없이 혐의를 입증할 1차적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LH발 투기 의혹은 범인 검거보다 혐의 입증 능력이 더욱 중요한 사건이다. 무엇보다 수사관들의 법률 지식과 이해가 필수다. 이 사건 관련 내사·수사 대상자만 639명에 달한다.

경찰 내부에서는 "범인 잡는 것보다 부동산 투기 입증이 더 까다롭다"는 말이 나온다. 

'명운을 걸고 수사하고 있다'는 경찰의 사기를 떨어뜨리려는 게 아니다. 경찰 스스로도 "부동산 투기 사건으로 우리의 수사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청한 사건이 세 개나 된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영장 신청 전 단계부터 검찰과 협의가 잘 되고 있다"고 밝혔으나 검찰은 경찰 영장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4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아 투기했다는 포천 공무원,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LH에서 근무한 데다 혐의가 중해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직원 A씨와 지인 등 총 5명에 대한 경찰의 영장이 보완 대상이었다. 경찰이 구속 영장을 신청한 피의자는 최소 5명만으로 알려졌다.

부동산투기 특별수사본부(합수본) 관계자는 "검경이 부동산 투기 관련 수사를 최대한 협조한다고 협의한 큰 틀에서 보면 될 것 같다"며 "할 수 있는 한 완벽을 기해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는 사례가 없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보완 뒤 영장을 재신청해 포천 공무원을 이미 구속했고 또 보완 요청을 받은 영장을 다시 신청해 A씨와 지인을 구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애초 빈틈없이 수사한 뒤 영장을 신청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지워지지 않는다.

경찰 한 관계자도 "검찰이 경찰 영장에 보완수사를 요청하는 사례가 가까운 시기에 또 발생하면 그때는 비판 여론을 감수해야 한다"며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이 '수사권 조정에 따른 책임 수사 체제'에 걸맞게 빈틈없는 수사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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