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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세 모녀 살해 아닌 '스토커 김태현 가족 살해' 맞다

피해자 아닌 가해자 중심 사건명으로 바꾸란 지적 나와
"왜 세 모녀는 가족이라 안 하는가" "스토킹 부각해야"

[편집자주]

서울경찰청은 5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청사에서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태현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태현의 출생년도(1996년생)와 함께 주민등록 상의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경찰청은 5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청사에서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태현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태현의 출생년도(1996년생)와 함께 주민등록 상의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태현(25)의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킨 가운데 '노원 세 모녀 살해 사건'으로 불리는 사건명을 가해자 이름을 붙여 바꿔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지난 5일 김태현의 신상이 공개된 이후 각종 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 '노원 세 모녀 살해 사건'을 '노원 김태현 가족 살인사건' 등으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has****는 "노원구 김태현 가족 살인사건 아닌가? 왜 세 모녀로 표기하는 거지? 왜 세 모녀는 가족이라고 안 하지? 아빠가 없어서"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다른 이용자 wor****는 "스토커 김태현 살인사건으로 정정 좀 해줬으면"이라며 김태현의 피해자 스토킹 정황을 부각시켜 문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런 피해자 중심의 사건명으로 불리는 게 문제인 이유로 언론이나 수사기관, 시민들이 사건의 잔혹성에 집중하게 되고 마치 피해자의 잘못으로 빚어진 사건이라고 오인되면서 본질을 흐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건들이 피해자 중심의 사건명으로 불렸다가 가해자 중심의 사건명으로 바뀌었다.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가 심석희 선수를 수년간 성폭행한 사건은 '심석희 사건'에서 '조재범 사건'으로 불리게 됐고, 조두순이 8세 여아를 성폭행한 사건은 '나영이 사건'에서 '조두순 사건'으로 바뀌어 불리고 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처장은 "성범죄 등 중대범죄 관련 사건명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중심에 놓고 부른다든지, 관점을 형성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며 "사건의 실체와 핵심은 가해범죄인데, 피해자 중심 사건명으로 불릴 경우 가해범죄 진상을 규명하거나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고 예방할 수 있기 위해 뭐가 필요한지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신 사무처장은 "특히 성범죄 등 흉악 범죄의 경우 대중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호기심을 끌 수 있는 선정적 보도로 흐를 수 있다"며 "결국 우리 사회가 피해자와 피해사실, 피해정도에만 관심을 갖고 사건의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기에 가해자 중심의 사건명으로 불려야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그는 "이번 사건의 경우 김태현의 얼굴 등 신상이 공개됐고,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사건명을 바꿔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협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역사적으로 피해자의 이름과 정체성을 호명하는 방식으로 사건명을 만들어 왔고, 피해자들이 어떤 식으로 행동했고 문제를 제공했다는 식의 사건 설명도 이어지고 있다"며 "가해자 행위 중심으로 사건명을 불러 선정적 보도 등을 막고 범죄의 핵심을 드러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의 이름으로 사건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이름으로 사건을 부르거나 다른 객관적 명칭으로 부름으로써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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