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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오디세이] 부담 쫓지 못하고 쫓기면, 천하의 추신수도 괴롭다

[편집자주]

추신수는 KBO리그 3경기를 뛰면서 볼넷 2개만 얻었다. © News1 김진환 기자
추신수는 KBO리그 3경기를 뛰면서 볼넷 2개만 얻었다. © News1 김진환 기자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추신수(39·SSG 랜더스)다.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추추 트레인'은 아직 출발도 못한 채 멈춰 서있다. 수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으니 천하의 추신수도 심리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예상은 했으나 역시 추신수의 1차 상대는 '자신과의 싸움', 부담을 극복하는 것이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알고 있다. '빨리 보여줘야한다'는 부담을 쫓아내지 못한다면, 한동안 더 쫓길 수 있다. 

KBO리그에 상륙한 SSG는 3경기 동안 첫 승리를 거뒀고 첫 연승을 달렸으며 첫 패배도 당했다. 나름 순조롭다. 그렇지만 SSG의 슈퍼스타 추신수는 특별히 보여준 게 없다. 볼넷 2개와 도루 1개를 기록했으나 12번의 타석에서 아직 안타를 치지 못했다.

추신수는 7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3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5회 박주홍과 9구 접전 끝에 볼넷을 얻었는데, 좌완 투수를 상대로 첫 출루라는 작은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1회, 3회, 7회에는 범타로 물러났다. 세 번 모두 실투에 가까운 높은 공을 맞혔으나 추신수의 의도대로 공이 뻗어나가지 않았다. 4번째 타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던 추신수가 벗은 장갑은 너무 강한 힘에 찢겼다. 기대감과 부담감에 흔들리는 추신수의 초조함이 엿보인 장면이었다.

추신수의 KBO리그 마수걸이 안타는 나오지 않았고 타율 0.000을 기록 중이다. 메이저리그에서 16시즌을 뛰었던 '최고 타자'에 대해 단 3경기만으로 평가하는 건 이르다. 아직 141경기가 남아있는 데다 7일 현재 안타를 때린 SSG 타자도 7명밖에 없다. 한 번이라도 타석에 서고도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SSG 타자는 추신수를 포함해 9명이다.

아직 평가하기는 너무도 이른 시점이다. 그가 SSG 선수단에 합류한 건 불과 4주 전이다. 실전 경험도 부족해 7번의 시범경기만 소화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할 때와 비교해 시즌 준비 과정도 달랐다. '메이저리거' 추신수는 그동안 스프링캠프에서 라이브배팅을 소화하고 20번 이상의 시범경기를 뛰며 시즌 개막을 맞이했다. 라이브배팅을 하면서 다양한 타격으로 감을 익혔으나 그 단계를 건너뛰었다.

7일 경기를 중계한 김재현 SPOTV 해설위원은 "일차적으로 추신수는 베스트 컨디션이 아니다"며 "(타격할 때) 투수와 리듬 싸움이 중요한데 (중심이동이 잘 안 되는 등) 아직까지 정확한 리듬을 찾지 못한 것 같다. 많은 실전을 치르지 못한 만큼 1~2주 정도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추신수의 KBO리그 마수걸이 안타는 언제 터질까. © News1 김진환 기자
추신수의 KBO리그 마수걸이 안타는 언제 터질까. © News1 김진환 기자

추신수의 기량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머지않아 정상궤도에 오를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 야구인은 "추신수가 어느덧 (한국나이로) 마흔 살인 만큼 KBO리그를 씹어 먹을 정도의 퍼포먼스를 펼칠 지는 잘 모르겠다. 어떤 성적을 거둘지에 초점을 두는 게 맞는 것 같다"며 "9개 팀과 한 번씩 맞붙고 나면 KBO리그에 대한 적응을 마칠 것이다. 물론 (그 시기가) 더 빠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요컨대 의심할 필요 없는 실력의 소유자다. 다만 우려의 시선은 추신수의 기량이 아닌 '마음'을 향한다. '오늘은 추신수가 안타를 칠까'라는 세간의 궁금증에 '내가 바로 추신수다'라고 답하고 싶을 텐데 강한 의욕과 달리 뜻대로 안 풀린다. 한화전에서 추신수가 그런 압박감에 쫓기는 인상이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도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다. 누구보다 답답한 건 추신수, 자신이다. SSG의 0-17 참패 속에 전혀 힘을 보태지 못해 더욱 괴로웠을 것이다.

추신수의 안타는 시간문제다. 아주 긴 시즌을 치르면서 안타, 홈런, 멀티히트, 타점, 득점 등 다양한 기록을 쌓아갈 것이다. 단, 추신수부터 스스로 짓누른 부담을 조금 덜어내야 한다.

누구보다 '단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선수이며 그런 자세로 노력했기에 메이저리그도 호령했던 추신수다. 돌아보면 지금보다도 벼랑 끝에 몰렸던 때가 더 많았을 그다. 이제 겨우 3경기했다. 빨리 멋지게 보여주고 싶겠으나 지금은 내려놓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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