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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국방장관 방한했는데…'KF-X 분담금 얘긴 왜 없지?'

국방부 "회담 때 언급 없었다"…靑에선 "협력 성공해야"
사업 유지 조건으로 경제 분야 등 추가 지원 바라는 듯

[편집자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왼쪽)이 8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했다. 2021.4.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왼쪽)이 8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했다. 2021.4.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자국과 우리나라가 공동 개발 중인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 '1호기' 출고식 참석차 방한했다.

그러나 프라보워 장관은 이번 방한을 계기로 8일 열린 서욱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양국 간 방산협력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현재 KF-X 사업 추진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측의 사업 분담금 체납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그 속사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방부가 이날 배포한 한·인도네시아 국방회담 결과 자료를 보면 "(두 장관이) KF-X/IF-X 공동개발 사업 등 방산분야 협력이 양국의 굳건한 신뢰관계를 상징하는 만큼, 앞으로도 상호 호혜적인 방산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함께 노력해가기로 했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측의 KF-X 사업 분담금 체납 문제에 관한 논의가 오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분담금 문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는 게 국방부 측의 설명이다.

KF-X는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가 공동으로 지난 2015년 시작한 차세대 국산 전투기 개발 사업으로서 인도네시아에선 IF-X라고 부른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서 장관이 이날 한·인도네시아 국방장관 회담에서 "KF-X 사업이 다 잘됐으면 좋겠다"고 하자 프라보워 장관도 그저 "잘 됐으면 좋겠다"고만 말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측은 오는 2026년까지 소요되는 전체 사업비 8조8000억원 가운데 20%(약 1조7663억원)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KF-X 사업에 참여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측은 앞으로 KF-X 개발이 완료되면 시제기 1대와 함께 기술 이전을 받아 자국에서 IF-X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가 경제난을 이유로 2017년 하반기부터 사업 분담금 지급을 미루면서 군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 올 2월 기준으로 인도네시아 측은 이미 납부했어야 하는 분담금 8316억원 가운데 6044억원 가량을 연체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프랑스 '라팔' 등 고가의 다른 외국산 전투기 구매를 타진 중"이란 얘기까지 흘러나오면서 'KF-X 사업에서 발을 빼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2월24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천공장에서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기 막바지 조립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국방일보 제공) 2021.3.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지난 2월24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천공장에서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기 막바지 조립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국방일보 제공) 2021.3.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나아가 지난 2월엔 우리 정부가 '인도네시아를 배제하고 KF-X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사업청 등 관계 당국은 해당 보도를 즉각 부인했지만, KF-X 사업을 놓고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간의 갈등이 심화된 상황임을 방증해주기엔 충분했다.

그러던 중 프라보워 장관 방한과 KF-X 시제기 출고식 참석이 성사되면서 사업 추진 전망에 드리웠던 '먹구름'도 가시는 듯 했으나, 일단 이번 한·인도네시아 국방장관 회담 결과만 놓고 봤을 땐 "걱정을 덜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프라보워 장관이 서 장관과의 회담 뒤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전투기 프로젝트를 비롯한 한국과의 협력 사업들이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출고식 참석이 "좋은 메시지(Good message)"라고 강조한 사실을 봤을 땐 인도네시아 측에서 당장 사업 참여를 중단할 의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인도네시아 측이 KF-X 사업 참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우리 정부에 다른 분야의 추가적 지원을 바라고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프라보워 장관은 이날 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국이 성공적으로 국가를 발전시켜오고 현대화한 점, 기술과 산업을 발전시킨 점에 감탄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식량기지 사업에 대한 우리 측의 협력을 요청했다. 프라보워 장관은 현재 식량 특임장관도 겸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측은 그동안에도 'KF-X 사업 분담금 비율을 줄이거나 차관을 공여해줄 것'을 우리 측에 요청해왔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이기도 한 프라보워 장관은 이날 국방부 방명록엔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우정은 유지돼야 하고, 앞으로 더 깊이 다져가야 한다"며 "양국 협력관계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싶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프라보워 장관은 2019년 10월 취임 직후엔 외국과의 방산협력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선 "프라보워 장관이 KF-X 분담금 얘기를 꺼내지 않은 건 다른 거시적인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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