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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경기 만에 외인 교체, 키움은 왜 다시 브리검을 붙잡았나?

"KBO리그 다른 팀도 브리검에 관심 보였다"
"4선발 아닌 경쟁력 있는 2선발이 필요했다"

[편집자주]

제이크 브리검이 돌아온다. © News1 이승배 기자
제이크 브리검이 돌아온다. © News1 이승배 기자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건강'을 이유로 재계약을 포기했던 제이크 브리검을 다시 품었다. 브리검의 팔꿈치 상태가 완벽하게 좋은 것도 아닌데 왜 개막 10경기 만에 변심했을까.

키움은 15일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조쉬 스미스의 웨이버 공시를 요청하고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뛰었던 브리검과 계약했다. 브리검은 이달까지 웨이추안 드래건스에서 활동한 뒤 5월 2일 입국, 2주간 자가격리를 거친 후 키움 선수단에 합류한다.

과거에도 키움이 시즌 초반에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적이 있었지만, '2경기' 만에 퇴출 통보는 이례적이다. 특히 스미스가 13일 LG 트윈스전에서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KBO리그 첫 승을 거둔지 이틀 만에 내린 결정이어서 파격적이었다.

키움은 지난해 시즌 종료 후 브리검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스미스를 영입했는데, 주된 이유는 '이닝이터'에 대한 갈증이었다. 1선발을 맡았던 브리검은 부상 탓에 2019년 158⅓이닝, 2020년 107이닝만 소화했다.

키움은 건강하게 한 시즌을 뛰면서 긴 이닝을 던질 투수를 찾았고, 스미스와 최대 60만달러에 계약했다. 키움 관계자는 지난해 말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원하는 수준'의 외국인 투수가 많지 않았다. 그중에 건강하고 꾸준하게 활약한 투수를 찾았다"고 스미스와 계약한 배경을 설명했다.

스미스는 13일 LG전에서 7이닝을 던졌지만 내야땅볼 유도가 8개에 그치는 등 투구 내용이 좋았던 건 아니다. 홍원기 감독은 "운이 많이 따랐다. 우리가 원하는 구속, 제구, 내야땅볼 비율이 아니었으며 향상될 것 같지 않아 빠른 교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LG전 등판 이전에 스미스의 퇴출은 결론이 났다. 7일 KIA 타이거즈전 부진(3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으로 스미스와 키움의 인연은 끝이 났다. 게다가 키움은 토종 선발진도 힘을 내지 못해 외국인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키움은 일찌감치 외국인 투수 교체로 가닥을 잡았고, 브리검 재영입을 추진했다.

요컨대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았아 영입한 스미스의 기량이 떨어진 탓에 헛돈만 더 쓰게 됐다. 스미스는 키움을 떠나도 연봉 50만달러를 다 받는다.

고형욱 단장은 "스미스의 LG전 투구를 분석한 결과 제구는 괜찮았다. 그러나 구속은 여전히 떨어졌고 외야로 뻗어나가는 타구도 많았다. 결국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시범경기 등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 현장과 프런트가 상의한 끝에 교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미스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못한 부분에 대해 미안하다. 따로 만나 (정중하게) 사과도 했다"며 "그렇지만 우리는 애초에 강력한 1선발을 찾았다. (지금의 스미스처럼) 4선발이 아니라 (에릭 요키시와 짝을 이룰) 경쟁력 있는 2선발이 필요하다. 다른 팀의 외국인 투수와 맞붙어 이길 수 있는 외국인 투수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키움이 대체 외국인 투수로 브리검을 택한 것은 코로나19 여파도 컸다.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돼 올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는 개막이 한 달 연기됐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투수를 영입할 경우, 실전 감각 저하가 우려된 데다 합류 시점도 6월 이후로 너무 늦어지게 된다.

브리검의 경우, 투입시기가 더 빨라진다. 브리검은 5월 내 등판이 가능한 데다 KBO리그에 대한 경험도 풍부해 적응이 따로 필요없다. 또한 웨이추안에서 활동하면서 3승1패 평균자책점 0.63을 기록, 출중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키움 스카우트팀은 "브리검이 전성기 시절 구속을 유지하는 데다 투심과 슬라이더의 움직임이 여전히 좋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브리검은 KBO리그에서 통산 43승23패 평균자책점 3.70으로 검증된 투수지만, 팔꿈치 부상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 고 단장은 이에 대해 "물론 팔꿈치 부상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 하지만 오프시즌 잘 준비했을 것으로 믿는다"며 "몸 관리가 안 좋았다면 제구나 구속이 떨어졌을 텐데, 지금까지 대만 리그에서 수치는 좋았다"고 전했다.

키움은 지난해 말 브리검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4년간 헌신한 선수를 위한 배려였지만, 브리검은 KBO리그 10개 팀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었다. 이 부분은 키움이 외국인 투수 교체를 서두르게 만든 배경이 됐다.

고 단장은 "(KBO리그의) 다른 팀이 브리검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는 첩보를 접했다. 그래서 빠르게 결단해야 했다"며 "(지난해 재계약 무산으로 서운했을) 브리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풀베팅'을 했다. 이적료를 표함해 규약상 줄 수 있는 돈을 다 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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