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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20세기 군대인가…격리병사 급식, 자기 가족이었다면

작년 군인권센터 지적한 '부실 급식'으로 논란↑
추가 제보 잇따라…'폐건물 격리'·'세면·양치 제한'

[편집자주]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군대 급식 사진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갈무리) © 뉴스1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군대 급식 사진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갈무리) ©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격리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의료적 조치이지, 방치가 아니다"(군인권센터)

최근 부대 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적 격리에 들어가는 병사들에 대한 처우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국방부는 작년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로부터 격리장병 식사 개선 권고를 받았음에도 이 같은 문제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지난 21일 자신을 육군 제51사단 병사라고 주장한 누리꾼 A씨가 휴가 복귀 후 받은 일회용 도시락 사진을 SNS상에 올리면서부터였다.

A씨의 글엔 하루 만에 7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타 부대 병사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은 '우리 부대도 그렇다'는 식의 댓글과 부실한 급식 사진을 올렸고 논란이 더욱 확산됐다.

현역 군인으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은 "나도 비슷했다"면서도 "휴가 복귀하고 아무 일도 안 하는데 눈치 보여 별다른 항변을 못 했다"고 주장해 안쓰러운 시선을 받았다.

당시 육군 관계자는 "51사단의 경우 배식 과정의 문제였다"며 "앞으로 격리 인원 급식과 관련해 보다 더 세밀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육군 12사단과 특수전사령부 예하부대, 그리고 공군 부대 등에서도 유사한 제보가 잇따르면서 그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설 연휴 첫날인 11일 공군 제8311부대와 제8785부대를 찾아 장병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배식을 받고 있다. (공군 제공) 2021.2.11/뉴스1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설 연휴 첫날인 11일 공군 제8311부대와 제8785부대를 찾아 장병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배식을 받고 있다. (공군 제공) 2021.2.11/뉴스1

국방부는 올해 병사 1인 기준 하루 세끼 급식비를 지난해 8493원 대비 3.5% 인상한 8790원으로 책정하고, 장병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급식에 추가하는 등 '급식 질' 개선을 위해 지속 노력해왔다는 입장이다.

다만 작년 10월 군인권센터가 "휴가 복귀 후 격리 중인 육군 제36사단 병사들에게 부실한 식사가 제공되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음에도 같은 문제가 재차 발생하고 있어 부대 현장 점검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센터는 "예산 확보뿐 아니라 현장 실태와 보급 지원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개선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군은 여전히 코로나19 관련 일선 부대의 상황이 다른 데서 생기는 '미비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러한 미비점은 식사 뿐 아니라 격리병사들이 생활하는 시설에서도 나타나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한 공군부대에서 병사들을 화장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폐건물'서 생활하게 한 것이 '부실 급식 논란' 이후 병사들의 제보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공군 관계자는 "격리 장병들이 불편함을 겪었던 건 사실이다.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당시 기상상황과 고산지대에 자리한 부대 특성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부실 급식 논란'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병사들이 겪은 어려움이 하나둘 고개를 들고 있어 한동안 군을 둘러싼 비난 여론은 지속될 듯하다.

최근엔 육군훈련소 병사들이 입영 후 1차 진단검사(PCR) 결과가 나오기까지 3일간 '비말감염 우려'로 인해 양치와 세면을 못했고, 입영 1주일만에 샤워를 할 수 있었다는 제보가 SNS상에 올라왔다.

이러한 내용의 글을 올린 누리꾼 B씨는 "이게 정녕 21세기 선진국의 모습이냐"며 "20세기 소련의 수용소와 다른 점을 모르겠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26일 군인권센터는 "육군훈련소에서 이와 같은 예방 지침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육군훈련소는 대안을 강구하지 않고 샤워도, 세면도, 화장실도 모두 통제하는 손쉬운 방법부터 택했다"며 비난 수위를 높인 가운데 육군은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최근 서욱 국방부 장관과 각군 참모총장 등 군 지휘관들이 직접 부대 현장을 방문하며 논란을 진화하고 있지만, 군내 코로나19 격리 관련 문제는 '부실 급식 논란' 이후 연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양새다.

일부 군 관계자들은 부족한 인력과 여건 속 감염병 대응에 노력하는 군 인원들의 힘이 빠지는 상황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발발 1년이 지난 시점서, 작년에 이미 불거진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한 점도 역시나 아쉬운 대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전 해군2함대사령부를 방문해 코로나19 4차 유행 차단을 위한 방역태세와 필수적·예방적 차원에서 격리된 장병들을 위한 시설, 급식 지원 등을 점검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1.4.2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욱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전 해군2함대사령부를 방문해 코로나19 4차 유행 차단을 위한 방역태세와 필수적·예방적 차원에서 격리된 장병들을 위한 시설, 급식 지원 등을 점검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1.4.2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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