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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꼴사나운 전교조와 교총의 깊은 우애

성과급 폐지·교원평가 폐지 두고 양대 교원단체 한 목소리
쌍방향수업 확대·원격수업 학생 급식 등 두고 번번이 반대

[편집자주]

 서울 영등포의 한 초등학교에서 등교하는 학생 모습. 2021.4.9/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 영등포의 한 초등학교에서 등교하는 학생 모습. 2021.4.9/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양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최근 어느 때보다 깊은 우애를 보이고 있다. '차등성과급'과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를 폐지해야 한다며 보기 드문 연대를 실천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교사들이 수업과 방역을 병행하는 상황에서 교육활동을 잘했다 못했다 평가받게 하고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한다. 

교육부는 지난 2001년부터 성과급 평가를 진행해 3단계로 나눠 차등 지급하고 있고, 2010년부터는 교원평가를 진행해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교사는 별도 연수를 받게 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이같은 평가를 아예 없애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평소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던 교총과 전교조가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며 학부모들은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은 2년째 '퐁당퐁당' 등교하며 어렵게 공부하는데 교사들은 자신들의 권리만 주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달 9일 성명을 내고 "그 어느 때보다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를 제대로 했는지 평가가 필요한 시기임에도 교원단체는 한목소리로 교원평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며 "코로나19 2년차에도 당당하게 교육의 책무성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돌이켜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원단체들 사이에서는 번번이 "하지 말자"는 주장만 나왔다.

사상 초유의 지난해 '온라인 개학' 이후 쌍방향수업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커지자 교원단체들은 인터넷·스마트기기 등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변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지자체와 민간기업들이 나서 스마트기기를 지원하고 교실에 무선인터넷망을 구축하자 나중에는 "쌍방향수업이 최선의 학습법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쌍방향수업 확대를 주문한 교육당국을 비판했다.

원격수업을 듣는 학생에게도 급식 만큼은 제공하자는 교육당국의 방침에도 교원단체들은 반대부터 하고 나섰다.

서울교사노조가 교사 120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했더니 84.6%가 원격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급식을 주는 방안에 반대했다고 한다. 반대 이유로 '학교에 식당이 없거나 장소가 협소하다'는 응답이 24.1%에 달했는데 코로나19 이전에는 어떻게 다 줬는지 모르겠다.

전교조 서울지부도 교사 27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는데 46.5%가 '급식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낙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낙인 찍힐 바에야 굶으라는 논리인가.

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과 전교조 등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실시되지 못한 '학생건강검진'을 올해도 생략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검진 과정에서 코로나19 전파 우려가 있고, 검진 기관 확보도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학생건강검진은 학교보건법에 따라 매년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3년 주기로 건강검진을 받도록 해 질병이 발견되면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목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단체들의 반발을 두고 "모든 학생이 3년마다 건강검진을 받게 하는 것은 가정 형편 때문에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올해도 생략하면 취약계층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공무원도 아는 학생건강검진 취지를 교원단체는 간단히 외면했다. 감염병 전파가 우려되면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지도하고, 병원 섭외가 어렵다면 교육부나 교육청에 협조부터 구할 일이 아닌가.

시민단체와 연구기관들로부터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위권이 붕괴하고 상위권과 하위권의 학습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쏟아지는데도 교원단체 중 어느 하나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는 곳이 없다는 점도 뒷맛이 씁쓸하기만 하다. 

전교조는 지난달 30일 차등성과급 폐지를 위한 '팩스 민원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최근 하루에 500개씩 차등성과급을 폐지하라는 팩스가 와서 업무가 마비됐다"는 교육부 공무원의 발언을 인용해 투쟁 성과를 자랑했다. "교육부와 인사혁신처는 팩스 민원에 담긴 교사들의 분노를 읽어야 한다"고도 했다.

교원단체들은 타들어가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마음부터 읽었으면 좋겠다. 하루라도 더 등교하고 싶은 마음, 가정 형편과 상관 없이 급식을 먹고 건강검진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 공교육 황폐화로 공부 잘하는 학생은 더 잘하고 못하는 학생은 더 못하는 비극을 걱정하는 마음부터 헤아리면 좋겠다.

스승의 입장에서 목소리 내는 교원단체가 보고싶다. 곧 스승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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