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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① '비당신' 감독 "강하늘, '동백꽃' 이후 진가↑…캐스팅 두려웠다"

[편집자주]

조진모 감독/키다리이엔티 © 뉴스1
조진모 감독/키다리이엔티 © 뉴스1

배우 강하늘 천우희가 그리는 2003년과 2011년 청춘의 이야기.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 조진모)는 두 배우의 어수룩하지만 풋풋한, 그리고 가슴 따뜻한 청춘 서사로 모두의 20대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영화는 목표도 없이 지루한 삼수 생활을 이어가던 영호(강하늘 분)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기억 속 친구를 떠올리고 무작정 편지를 보내는 데서 시작된다.

영호가 편지를 보낸 이는 다름 아닌 초등학교 시절 기억 속에 자리한 소연이다. 소희(천우희 분)는 아픈 언니 소연(이설 분)을 대신해 영호의 편지를 받아 답장을 쓰게 되고, 두 사람은 조금씩 삶의 설렘을 갖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비오는 12월31일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게 된다. 12월31일에 비가 올 기적을 기다리는 두 남녀의 바람은 이뤄질까.둘의 만남도 이뤄질 수 있을까.

조진모 감독은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기다림 자체가 터무니 없거나 무모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 자체만으로 너무 역동적이라 생각했다"는 것. 그리고 조 감독은 "어쩌면 무모하기도 하고 판타지스럽기도 하겠지만 사실 우리는 그것보다 더 판타지한 기다림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라는 말로 우리 모두의 가슴 한 켠에 자리한 어떤 기다림의 설렘을 상기시킨다.

로맨스도, 인물들의 감정도 직접적이지 않다. 관객들이 각 인물에 대입해 상상력으로 채울 여백이 상당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안에서의 이야기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관객들도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됐으면 했다"는 게 조진모 감독의 바람이었다. 그 바람을 이뤄준 이들은 배우 강하늘과 천우희 강소라였다. 조진모 감독과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비와 당신의 이야기'의 비화까지 들어봤다.  
조진모 감독/키다리이엔티 © 뉴스1
조진모 감독/키다리이엔티 © 뉴스1

-밴드 부활의 히트곡과 제목이 같다. 제목이 '비와 당신의 이야기'인 이유는.

▶제목은 시나리오 기획 때부터 꽤 많이 고민 했었다. 제목이 작품의 방향성과 가장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다. 작품 구상할 때 극 중 존재하는 인물들, 즉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로만 끝나면 안 되겠다 생각했었다. 영화 안에서의 이야기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관객들도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됐으면 했다. 동명의 노래도 있고 해서 상업영화의 제목을 짓는 데 있어 고민을 많이 했는데 관객과 호흡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어서 이 제목은 다른 걸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제목을 통해 영화의 내용이 조금 더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끔 했다.

-기획 과정이 궁금하다.

▶고통의 시간 같은 걸 보내던 시기에 유성협 작가님의 이 시나리오를 만나게 됐다. 처음 기획부터 함께 한 건 아니지만 첫 고 나왔을 때 시나리오를 받았었다. 이 이야기를 읽어보면서 '지금의 나는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어떤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처음에는 멜로적인 성향이 강한 시나리오였었다. 2003년도의 과거 이야기를 담고 있었는데 읽다 보니 예전에 내가 존재했던 시간으로 돌아가더라. 과거의 시간이 모여서 지금의 내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영화의 방향도 이쪽으로 가는 걸 만들어보고 싶다 했다. 그때부터 전반적 시나리오나 방향을 고쳐가며 지금까지 오게 됐다.

-영화의 2003년도와 2011년도인 이유는.

▶사실 배경으로 2011년도를 먼저 설정하게 됐다. 극 중 영호가 형에게 '10년 후 형처럼 살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이 영화의 개봉 시점을 2020년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2020년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생각하게끔 만들기 위해 2011년으로 설정했다. 그때도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잘 살고 있을지 10년 후인 2020년을 생각하며 만들다 보니 2011년이 됐다.

-강하늘 천우희 캐스팅은 어떻게 성공했나.

▶작가님의 좋은 글이 배우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을까 했다. 영호 역은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부터 강하늘 배우를 생각했다. 당시 강하늘 배우가 군대 있을 때였고,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찍기 전이었다. 당시에도 물론 훌륭한 배우였지만 지금처럼 스타급은 아니었다. 이후 '동백꽃 꽃 필 무렵'에 나오고 진가가 더 발휘되면서 제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극 중 영호와 소희는 전적으로 조금 더 우리 모습과 닮았으면 좋겠다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강하늘 배우가 빛나긴 하지만 '우유부단하고 어수룩한 면이 나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야 했다. 배우가 워낙 강력해져서 우리의 모습이 가려지지 않았으면 했는데, 오히려 촬영할 때 그런 오해와 우려가 씻길 만큼 편안하게 해줬다. 천우희 배우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천우희 배우의 좋은 영화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천우희 배우가 외로워 보이더라. 밝은 느낌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인데, 워낙 강력한 연기를 많이 해오지 않았나. 그걸 잘 풀어내면 그 안의 편안함이 잘 전달되지 않을까 했다. 캐스팅이 과연 될까 걱정했는데 선뜻 선택해주신 걸 보면, 각본의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천우희는 극 중 자신의 모습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소희라는 인물은 한 컷, 한 컷 자체가 여러 느낌이 담겨야 했다. 20대 때 소희는 어땠는지, 관객들에게 잔상이 남았으면 했다. 천우희라는 배우를 예쁘게 보이려고 했다기 보다는, 우희씨가 갖고 있는 우희씨만의 편안한 이미지를 여러 각도를 찾다 보니 그런 모습이 나왔다. 우희씨도 만족스러워해서 감독으로서도 좋다. (웃음)

-영호와 소희의 순수한 모습은 판타지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특히 그 기다림과 인내를 감내하고 순수한 감정을 갖고 있는 영호 캐릭터는 강하늘이라는 배우가 연기해서 더욱 돋보인 것 같다. 강하늘이라는 배우가 연기해서 더 특별해진 지점들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을지.

▶어떤 측면에서 그렇게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기다림이라는 시간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바라면서 살고 있는 것 같다. 영호 캐릭터는 그 친구가 갖고 있는 아픔이나 감정을 명확하게 화면에서 보이고 싶지 않았다. 우유부단하고 결정력이 약하다 할 수 있지만 뭔가 선택하는 데 있어 고민하고 갈등하는 시간이 있는데,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아닌 중간 지점을 보여주길 원했던 캐릭터였다. 그래서 관객 분들도 이 캐릭터에 대해 혼동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늘씨를 만나 이 인물의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황과 감정 등 중간 지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해지지 않은 감정이다 보니 말로서 정확하게 설명이 안 되더라. 그걸 표정이나 눈빛으로 설명했어야 했는데 제가 생각했던 묘한 이미지를 강하늘 배우가 명확하게 연기하더라. 사랑하는 감정, 싫은 감정에 치우치는 게 아니라 중간 지점에 있는 감정, 눈빛과 표정들에 대한 지점을 너무 괜찮게 표현하지 않았나 한다. 감독으로서 너무 감탄스러웠다.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이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생각하게 한 첫 작품이다. 기다림이란 자체가 이야기의 원동력 같다. 내가 원하는 것에 도달하려 하거나, 보고싶은 사람을 만나기 위한 기다림 자체가 터무니 없거나 무모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 자체만으로 너무 역동적이라 생각했다. 기다림이란 자체의 결론은 관객들과 같이 보고 싶었다. 제가 생각한 기다림이라는 역동적인 느낌을 배우들과 이야기로서 같이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무모하기도 하고 판타지스럽기도 하겠지만 사실 우리는 그것보다 더 판타지한 기다림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그 역동적인 기다림을 계속 시도하고 있지 않을까 했다.

-영호와 수진은 2003년 4월1일에 그날 세상을 떠난 고(故) 장국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점을 의도하고 넣은 장면인가.

▶제가 장국영이라는 배우를 좋아하고 기억해서라기 보다, 그 장국영은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더라. 우리가 어느 시간대에 있었고 나 자신을 기억해달라는 말이 많았다. 우리 영화에서, '누군가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라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었다. 우린 누군가에게 기억되고픈 갈망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 연속성에서 넣었던 설정이었다. 이 장면을 보고 장국영이란 배우를 관객분들도 만나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N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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