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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F2021] Korea? 홀대받더니…글로벌 기업 사들이는 韓 IT기업

[코리아 테크 프리미엄]②달라진 韓 IT기업 브랜드 위상
네이버·카카오 해외기업 M&A 통해 적극 영토확장

[편집자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옛말이 됐다. 일본의 기술력과 중국의 가격경쟁력 사이에 끼여있는 '샌드위치' 신세도 벗어나고 있다. 세계 IT 시장에서 '변방' 취급받던 한국 기업이 글로벌 초대형 플랫폼을 사들이는가 하면 한국인 창업자가 이끄는 스타트업이 해외 자본의 잇단 러브콜을 받으며 '조'(兆) 단위 잭팟을 터뜨리고 있다. '뉴스1 미래포럼(NFF) 2021'을 맞아 전세계를 호령하는 미국 빅테크의 틈바구니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K-테크 프리미엄' 시대를 조명해본다. [

© News1 DB
© News1 DB

글로벌 IT시장에서 '변방'으로 취급받아 온 국내 기업들이 당당하게 글로벌 초대형 플랫폼, IP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통상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선 단순히 비싼 값을 부른다고 해서 바로 매각하기보단, 매각 이후에도 시너지를 통해 더 성장할 수 있는지에 초점 맞추는 기업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IT 공룡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기업들을 인수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IT업계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가 한 단계 올라섰다는 방증이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br /><br />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토종 IT공룡' 네이버·카카오, 글로벌 영토 확장 가속도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29일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가) 네이버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변곡점"이라며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의미있는 시도를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라인과의 경영통합 이후 글로벌 커머스 세대를 공략하고 있고, 유럽의 중고거래 마켓인 왈라팝과 인도네시아의 엠텍 전략적 투자하며 글로벌에서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과 야후 재팬의 합작사인 'Z홀딩스'(지주사 A홀딩스)를 출범시킨 데 이어, 이어 일본 내 벤처 투자사를 합병하고 본격적인 글로벌 투자 행보에 나섰다. Z홀딩스는 연결 자회사인 YJ캐피털(YJC)와 라인벤처스를 'Z벤처캐피털(ZVC)'로 합병했는데, 이는 일본 최대 규모의 벤처캐피탈로 꼽힌다.

또 네이버는 지난 1월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 사업자 왓패드(Wattpad) 지분 100%를 6억달러(약 6535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네이버는 5월 중 왓패드 인수 절차를 완료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연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2006년 설립된 왓패드는 전세계 9000만명 이상 사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으로, 창작자 500만여명이 쓴 10억편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페인의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왈라팝'에 약 1억1500만유로(약 1550억원)를, 인도네시아 최대 미디어기업인 '엘랑 마코타 테크놀로지(엠텍)'에 1억5000만달러(약 1682억원)를 투자했다. 앞서 미래에셋과 '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그로쓰 펀드'를 공동 조성해 아시아 지역 유망 스타트업에 잇따라 투자했고 동남아 지역 최대 모빌리티 업체인 그랩, 인도의 음식배달업계 2위인 조마토, 동남아 지역 최대 중고 제품 거래 플랫폼업체 캐러셀 등에도 수천억원을 투입한 상태다.

적극적으로 M&A에 나선 만큼 성공에 대한 의지도 결연하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최근 임직원들에게 "3~5년 뒤 제가 하자고 했던 해외 사업이 망하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힐 정도다. 

'맞수'로 꼽히는 카카오는 해외시장에서 본격적으로 M&A에 나섰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미국 웹소설 기업 래디쉬와 미국 웹툰 기업 타파스미디어의 지분을 각각 12%, 40.4% 인수하며 주요 주주가 됐다.

기존 카카오는 국내 플랫폼 기업들 중심으로 M&A행보를 보여왔으나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시장이 확대되자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으로 손을 뻗기 시작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도 지난 6일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두 자릿수 넘게 차지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카카오의 매출원이 글로벌로 다각화되는 모습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판교 테크노밸리.© 뉴스1
판교 테크노밸리.© 뉴스1

◇韓 IT기업의 공격적인 글로벌 기업 인수…'돈'만으로 가능했을까?

재계와 IT업계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IT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을 잇따라 사들이는 것이 '자금력' 뿐만 아니라 달라진 한국 IT기업의 위상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나 전략, 기획력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 받고 있다는 의미다.

실례로 네이버는 지난 3월 5억달러(약 5630억원) 규모의 해외 지속가능채권 발행에 이어 지난 5일에도 3억달러(약 3378억원) 규모의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실수요 중심의 리오프닝(증액 목적)에서 한 때 투자자 수요 최대 금액은 3억달러의 3배가 넘는 10억달러(약 1조1257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글로벌 자본시장 투자자들이 네이버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사례다.

국내 한 대형 IT기업 관계자는 "얼마전까지만해도 우리나라 기업이 돈을 더 주고 기업을 사려고 해도 브랜드 가치가 높지 않다는 평가 때문에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면서 "예컨대 구글 같은 곳이 인수하거나 투자를 할 경우 그 자체만으로도 홍보가 되고 기술적인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어서 원활하게 이뤄진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왈라팝이 네이버의 투자를 받았다는 것만 봐도 네이버 기술과의 플랫폼 시너지 기대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면서 "국내 IT기업들의 글로벌 브랜드가 이전보다 향상됐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IT융합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돈만 가지고 해외기업을 인수 할 수는 없다"며 "우리나라 IT기업들이 해외기업을 인수해서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지적재산권(IP)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인수가 바람직하다고 보여지는데, IP기업 뿐만 아니라 기술 부문에서도 부족한 요소를 파악하고 관련 기업을 인수해서 부족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기업들은)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해야하는데, 이와 관련해 충분히 사업성이나 경쟁력을 분석해서 글로벌 기업들보다 부족한 점이 있으면 M&A를 통해 효과적으로 보완하는 방안이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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