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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독립영화 유명감독 '동료 성폭행' 징역형 집행유예

강제추행·강간미수 혐의 유죄…징역 2년 집유 3년
1심 "과거도 성폭력 처벌…피해자와 합의 못해"

[편집자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07.14. © 뉴스1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07.14. © 뉴스1


독립영화계 성폭력 사건 가해자 송모 감독이 집행유예에 처했다. 송 감독은 장애인과 쪽방촌 빈민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인물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안동범)는 13일 강제추행 및 강간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 감독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80시간과 사회봉사 12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3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다만 신상정보 공개·고지는 명령은 면하기로 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송 감독은 몇 년 전 영화계 동료인 A씨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하고 강간을 시도한 혐의로 지난해 불구속 기소됐다.

송 감독은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대체로 인정했으나 강간미수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고 자발적으로 강간 시도를 중지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송 감독이 단순히 자의적으로 중지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두 혐의 모두를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피의자가 이전에도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적이 있고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서도 "어느 정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미수에 그친 것으로 보이는 점, 아내와 어린 자녀가 있는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한 점 등을 고려해 기회를 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지난 4월 결심공판에서 검사는 송 감독에 대해 징역 3년,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10년을 내려달라고 구형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진지하게 반성을 하지 않고 있으며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공동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했지만 신의를 저버렸다"며 최대한 처벌해달라고 말했다.

송 감독은 최후진술에서 "큰 잘못을 한 것을 같다. 피해자분을 힘들게 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송 감독의 변호인은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건 발생 직후 송 감독은 △술을 먹지 않는다 △여성과 작업하지 않는다 △이를 어길 경우 고소와 공론화를 진행한다는 내용으로 피해자와 약속했다. 하지만 두 사항을 어길 뿐만 아니라 독립영화계에서 여러 직책을 맡고 멘토링(지도)을 하는 등 대외적 활동을 이어나갔다.

이에 피해자는 2019년 이 사건을 공론화하고 고소를 진행했다. 피해자는 당시 입장문을 통해 "저는 피해자가 떠난 자리에 가해자가 남아 활동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원한다"며 "사람들이 성폭력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늘 경계하는 환경이 되기를, 안전하게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영화계 성희롱·성폭력 피해 상담 및 지원 단체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법률지원으로 이 사건은 공론화됐고 한국독립영화협회와 인디다큐페스티벌은 송 감독의 실명 공개, 위원 자격 박탈, 관련 사업 참여 금지 등을 결정했다. 또 한국독립영화협회는 송 감독을 제명했다.

※ 영화계 성희롱·성폭력 상담전화 1855-0511 (내선번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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