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안일권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
[코미디언을 만나다] 열 번째 주인공인 안일권은 2006년 KBS 21기 공채 코미디언으로 데뷔, '개그콘서트'에서 활약하다 3년 전 유튜브에서 '안일권 월드' 채널을 만들었다. 이 안에서 그는 여러 '부캐'를 선보인다. 복싱 콘텐츠, 건달들을 흉내낸 코미디 콘텐츠, 동료들과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 코너, 어딘지 모르게 폼은 안나는 카푸어의 삶까지. 알맹이 없는 '허세'와 왠지 모르게 허술한 'B급 감성'은 그의 확고한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올해로 3년째, 다른 개그맨들에 비해 빠른 유튜브 '이적'이었다. 안일권은 지난 시간동안 새로운 환경의 짜릿함, 자유로움도 만끽했다 조회수와 구독수에 일희일비하는 등 말 그대로 '유튜버'의 삶을 제대로 경험했다. 나름의 '굴곡'진 시간을 거쳐 깨달은 것이 있다. 여유를 가지는 것, 그리고 안일권다움과 개그맨다움을 잃지 말자는 확실한 신념이었다.
코미디언 안일권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
▶내 유튜브 채널도 열심히 하고 있고, 좋은 기운을 받아서 '복면가왕'에 출연하고 있다. 그 전보다 방송도 많이 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개그맨들이 유튜브에 뛰어들었다. 비교적 일찍 자신의 채널을 연 편인데, 새롭게 출발하는 후배들을 보면 어떤가.
▶'지금 유튜브 잘 된다고 까불지 마라'라고 말해주고 싶다.(웃음) 나도 처음에 유튜브를 시작하고 잘 될 때가 있었는데 2년 정도 시간이 흐르고 구독, 조회수 상승세가 더뎌지더라. 나는 그냥 계속 구독, 조회수가 오르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많은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 불안했다. 그 시기를 지나고 나니 지금은 담담해졌다. 어쨌든 나의 본업(개그맨)이 있고, 초기처럼 잘 되지 않더라도 심리적으로는 더 담담해진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이 채널을 통해서 안일권이라는 사람의 캐릭터를 더 많이 만들었고 다시 방송도 하게 됐다. 또 내가 하고 싶은 코미디를 할 수 있으니 그걸로 코미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거다.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은 계속 좋아해준다. 굳이 조회수를 위해서 선을 넘는 건 하지 않으려고 한다.
코미디언 안일권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
▶맞다. 조회수의 노예가 되는 경우가 있다.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서 조작 몰카(몰래카메라) 콘텐츠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하는 경우도 많다. 몇몇 콘텐츠는 정말 깜짝 놀랐다. 내가 이를 풍자하는 영상을 올린 적도 있다. 그런 걸 섭섭해하는 친구들(동료)도 있을 거다. 조금 더 창의적인 발상으로 콘텐츠를 만들면 어떨까 싶다.
-본인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나.
▶나도 처음에 '연예인 싸움' 콘텐츠를 했는데 그걸 안 좋게 본 선배도 있었다. 나는 전혀 기분이 안 나빴다. 모두가 좋아하는 콘텐츠는 없지 않나. 비판도 받아들였다.
-반대로 기억에 남는 창의적인 개그 콘텐츠 채널이 있나.
▶이창호. 내가 '깐죽거리 잔혹사' 코너를 할 때 막내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선배들 사이의 막내니까 아무래도 위축되는 점이 있었는지, 연기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지금은 자기에게 잘 맞는 캐릭터를 찾아서 정말 연기를 잘하더라. 사람이 워낙 괜찮아서 승승장구하길 바랐는데 정말 잘 되더라. (이창호의 '빵송국' 채널이) 개그맨 다운 채널이라고 생각한다.
코미디언 안일권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
▶초기에 잘 되니까 오만해지더라. 꼭 방송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은 마음도 들더라. 방송을 시작할 때도 그랬다. 신인상 받고 시청률도 잘 나오니 그때 이 바닥(방송)이 쉬워 보이더라. 그냥 해도 잘 되는구나 싶었다. 지금 돌아보면 멍청했다. 보다 똑똑하게, 조금 더 여우처럼 잘 될 때 욕심을 내서 더 잘 하고 더 잘 되려고 했어야 하는데. 눈 앞의 달콤한 열매만 먹고 자기도 모르는 새 이 썩는 거다. (웃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보다 더 단단해진 것 같다.
▶복싱선수로 따지면 '무패' 천재 선수가 아니다. 승리도 하지만 패배도 하고 승률이 높지 않지만, 더 노력해진 것 같다. 패배에서 패인을 찾아보고 극복해야 한다. 나의 부족한 점을 극복하면서 성장하는 거다. 그래서 나는 실패를 계속 맛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더 단단해졌다. 지금처럼 내가 하고 싶었던 풍자 코미디를 하면서 개그맨답게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
<【코미디언을 만나다】안일권 편 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