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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전통시장에 위생 더하니 상인 '함박웃음'…연서시장의 대변신

[진화하는 전통시장]⑤'연서시장', 세스코존 구축하니 매출 30%↑
쿠팡, 요기요 배달 효과도 톡톡, 조만간 배달의민족도 입점

[편집자주] 전통시장이 진화하고 있다. 깔끔하게 정리된 매대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가격표는 물론 원산지 표시는 기본이다. 여기에 전화주문은 물론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전통시장 상품을 집에서 편하게 받아볼 수 있는 시대다. 덕분에 코로나19에도 매출이 늘어난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전통시장은 소수라는 점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함께 '잘 되는' 전통시장의 비결을 심층분석해 봤다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 입구 © 뉴스1 문대현 기자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 입구 © 뉴스1 문대현 기자

"전통시장은 위생이 안 좋다는 편견, 연서시장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환경정화 사업 이후 시장을 찾는 발길이 늘었고 매출도 30% 정도 올랐어요"

지난 20일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에서 만난 김유현 두부 만드는 가게 사장님의 말이다. 인근에서 그릇가게를 운영하는 한 60대 상인도 "우리 시장은 철저한 방역은 물론 시설도 깨끗해 일하는 상인들도 기분 좋게 일하고 손님들도 다들 만족하신다"고 방긋 웃었다.

실제로 기자가 연서시장에 머무르던 2시간여 동안 시장엔 끊임없이 물건을 보러 오거나 음식을 사 먹으러 오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시장 내 김밥집에서 김밥과 비빔국수를 먹던 김모씨(33)는 "연서시장은 다른 전통시장보다 확실히 위생적이라는 인식이 있어 20, 30대 젊은층도 자주 찾는다"며 "나도 퇴근길에 친구들과 이 곳에 와서 종종 소주 한 잔 하고 집에 가기도 한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처럼 상인과 손님들이 하나 같이 연서시장의 위생을 강조하는 것은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사업인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을 통해 이 곳에 '세스코 존'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연서시장 내 모습. '깨끗한 연서시장'이라는 팻말이 눈에 띈다. © 뉴스1 문대현 기자
연서시장 내 모습. '깨끗한 연서시장'이라는 팻말이 눈에 띈다. © 뉴스1 문대현 기자

◇"위생이 경쟁력이다"…연서시장 '세스코 존'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이란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사업인 '특성화시장육성사업'으로 2년간 국·시·구비 최대 10억여원을 투입, 지역 특색 및 문화관광자원을 연계한 시장 고유의 특장점을 집중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은평구는 2019년 특성화 첫걸음시장 사업을 추진하며 △결제편의 △위생청결 등 5대핵심과제를 수행해 지난해 '문화관광형시장' 연속지원 시장에 최종 선정됐다. 그 중 위생청결과제의 일환으로 2019년 8월 시장 내 위생환경 개선을 위해 세스코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세스코는 연서시장상인회에 가입된 시장 내 전 점포와 시장공용구간을 대상으로 8개월 동안 월 1회 해충방제서비스 제공 및 비래해충 제어장비의 설치 및 유지보수관리를 진행하며 시장을 청결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연서시장에서 2대에 걸쳐 34년째 운영되고 있는 '옥이네김밥'의 서웅 사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시장 내는 곳곳에 거미줄도 있었고 심지어 바닥에 쥐나 바퀴벌레가 나타날 때도 있었다"며 "문화관광형 사업을 통해 시설이 현대화됐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시장이 바뀌는게 느껴지다 보니 이전보다 찾아오는 손님 수가 확연히 늘어났다"고 미소지었다.

변세근 연서시장 상인회장은 "문화관광형 사업 이후 시장이 전체적으로 깨끗해지면서 시장 전체적으로 매출이 30% 정도 올랐다고 집계되고 있다"며 "단순히 위생 외에도 코로나에 대응해서 방역에 철저히 신경쓰고 있어 시장에 상주하는 상인들도 매일매일 기분이 좋고 그로 인해 손님 서비스 역시 전보다 더욱 친절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시장을 거니는 동안 어떤 공간에서도 악취를 맡을 수 없었고, 바닥도 깨끗하게 관리된 상태였다.

연서시장이 상인과 고객에게 호평을 받는 요인은 주변에 몰려 있던 노점상들이 사라진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서울시의 '거리가게 허가제' 사업을 통해서다. 

원래 연서시장 주변에는 노점상들이 거리를 점유하면서 시민들의 보행 공간과 도시 미관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왔다. 자연스레 상인들의 불만도 컸다. 그러나 거리가게 허가제를 통해 노점상들이 연서시장 외곽에 조성된 판매대로 이동했고 해당 위치의 보도·조경 정비가 완료됐다.

두부 만드는 가게의 김유현 사장은 "작년 중반까지만 해도 인도 한 구석에 위치한 노점상 때문에 사람 두세명도 간신히 걸어갈 정도라 손님이 시장 바깥 상점에서 물건을 사는 것도 위험할 정도였다"며 "그러나 이 상황이 해결되면서 우리 매대 앞에서 서서 물건을 보고 고르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자연스레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연서시장 바깥에 위치한 상점들의 모습. 인근에 위차힌 노점상들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이 여유있게 보도블럭을 거닐고 있다. © 뉴스1 문대현 기자
연서시장 바깥에 위치한 상점들의 모습. 인근에 위차힌 노점상들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이 여유있게 보도블럭을 거닐고 있다. © 뉴스1 문대현 기자

◇'결제편의·쿠팡이츠'…시장 매출 상승 견인

연서시장 내 90개 가량의 점포들은 불과 몇년 전만해도 현금 결제 밖에 되지 않았다. 카드로 결제를 하려던 고객들은 불편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의 일환으로 결제편의가 추진됐다. 전 점포를 대상으로 결제수단 다양화 교육이 진행됐고, 상인들의 결제편의 서비스 마인드가 변하기 시작했다.

이후 점포별 모바일 온누리 상품권 결제QR POP설치됐다. 특히 현금 영수증, 카드결제 영수증 등 다양한 결제수단의 영수증 인증 고객에게는 사은품 증정 이벤트를 실시하면서 고객이 늘었다. 

그 결과 현금영수증 발행 건수가 30%, 제로페이 사용률이 10% 이상 늘었다.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사용량도 증가했다.

또한 상인들이 배달앱 '쿠팡이츠', '요기요' 등과 손 잡으며 최근 트렌드를 좇아간 것도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됐다. 원래 연서시장은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를 도입해 배달 시스템을 운영했지만 이는 식재료나 생활용품과 같은 점포에서 주로 이용돼 국수나 김밥 등 즉시 배달이 필요한 먹거리 점포들은 실효성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3월부터 연서시장의 먹거리 점포들은 쿠팡이츠를 이용해 배달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 앱을 통한 주문이 점차 늘어났다. 그 바람에 상인들은 더욱 바빠졌지만 그만큼 매출이 오르면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날 오후 변세근 상인회장이 운영하는 떡집과 서웅 사장이 운영하는 김밥집 등 음식을 판매하는 점포에는 배달원들이 꾸준히 찾아와 준비된 음식을 수령해갔다.

완성된 떡을 포장하느라 정신 없던 변세근 회장은 "작년 코로나 사태 이후 다소 침체되던 분위기였지만 문화관광형육성사업 이후 장사 잘 된다"며 기뻐했다. 올해 배달의민족도 연서시장의 먹거리 배달 서비스에 가담할 예정이다.

연서시장에 god 박준형이 유튜브 촬영을 하러 왔다. (와썹맨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연서시장에 god 박준형이 유튜브 촬영을 하러 왔다. (와썹맨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와썹맨·요리왕비룡'…유튜브 마케팅, 젊은층 유입 늘어나 

특히 연서시장은 유튜브에서도 유명한 시장이다. 유튜브에서 연서시장을 검색하면 구독자 수 233만명을 자랑하는 '와썹맨'(박준형 출연)이나 구독자 수 62만명의 '요리왕비룡' 등 인기유튜버들의 영상이 업로드돼 있다.

김진철 연서시장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장은 "당초 홍보 마케팅 측면에서 고객유입을 꾀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을 모을 수가 없어 유튜브 마케팅으로 시선을 돌렸다"며 "좋은 콘텐츠를 강조하니 유명한 유튜버들이 하나 둘 몰리고 있다. 유튜브를 보고 시장을 찾는 젊은층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서시장 내 전경. 시장의 마스코트 '탕이'가 손님을 반기고 있다. © 뉴스1 문대현 기자
연서시장 내 전경. 시장의 마스코트 '탕이'가 손님을 반기고 있다. © 뉴스1 문대현 기자

연서시장은 '탕이'라는 마스코트도 갖고 있다. 탕이의 어원은 '사탕'에서 나왔다. 시장을 찾아오는 고객들이 사탕처럼 달달한 추억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탕이의 달달한 콘셉트를 기본으로 연서시장은 시장특화스토리개발과 BI(BRAND IDENTITY·브랜드 정체성) 개발을 통한 시장정체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상인회에서는 탕이가 새겨진 앞치마를 제작해 상인들에게 배포했다. 

이외에도 연서시장에는 어린 아이와 전통시장을 찾은 양육부모를 위해 '아이조아 돌봄나눔터'도 운영 중이다. 젊은 세대들도 전통시장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다. 

당일 전통시장에서 발행한 영수증을 지참하면 구매금액별로 최대 3시간까지 이용 가능하다. 대상은 생후 24개월부터 만 5세 이하 영유아다.

아이조아 돌봄나눔터는 코로나19로 대면활동을 할 수 없는 점 등을 감안해 현재 다양한 비대면 프로그램 활동도 개발해 함께 운영하고 있다. 만들기, 종이접기, 색칠하기와 퍼즐 등 집콕 체험키트 4종을 제공한다.

연서시장 내 위치한 아이조아 돌봄나눔터 © 뉴스1 문대현 기자
연서시장 내 위치한 아이조아 돌봄나눔터 © 뉴스1 문대현 기자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연서시장의 이같은 노력에 대해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연서시장의 우수 사례를 다른 전통시장들이 벤치마킹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연서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를 겪는 상황 속에서 귀감이 되는 좋은 사례"라며 "이 시장처럼 다른 전통시장들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연서시장은 지난 1963년 은평구 일대 사람들이 연서천에 모여서 노점을 하면서 조성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복개 공사로 개울을 직접 보긴 힘들다.

이후 연서시장은 은평구 일대에 상인들이 모여들면서 점차 큰 시장으로 발전했다. 60년 전통의 시장으로 맛집이 즐비해 은평구민에게 사랑받으며 지역 주민 간의 정서적 교류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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