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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불법 도우미 신고" 한 마디가 부른 잔혹 참극

사체손괴 뒤 등산로 풀숲 유기…법원 "개전 가능성 없진 않아"

[편집자주]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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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대학 졸업 후 아르바이트 취업과 실직을 반복하다가 2017년 초 부모 집에서 나와 경기 안양의 한 원룸에 혼자 살기 시작했다. 

그해 말에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과 부모에게서 빌린 돈으로 노래연습장을 인수했고 자신의 거처도 노래방으로 옮겼다. 

그러나 생활비와 노래연습장 운영비에도 못미치는 수익으로 적자가 누적돼 경제적 압박을 받았다. 그런데도 A씨는 최소한의 영업만 할뿐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게임을 하면서 보냈다. 

사건은 2018년 8월10일 새벽에 발생했다. 손님 B씨가 도우미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도우미 불법영업으로 신고하겠다"고 내뱉은 것이 발단이 됐다. 

불법영업으로 신고되면 영업정지와 과태료 처분을 받아 어려움이 더하고 결국 노래방을 운영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 A씨 머리를 스쳤다. 신고를 막으려면 B씨를 살해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그 짧은 순간 솟구쳤고 결국 A씨는 카운터에 있던 흉기를 손에 들었다. 

A씨의 공격을 받은 B씨는 결국 과다출혈로 숨졌다. A씨는 A4 용지에 '휴가'라고 써 가게 앞에 붙인 다음 노래방 바닥에 흐르는 B씨의 피를 락스로 닦아 범행 흔적을 지웠다. 이후 시체를 승용차에 싣고는 청계산 등산로 입구 풀숲에 유기했다. B씨 지갑에 있던 6만원도 가져갔다. 

사건 발생 9일 뒤 훼손된 시신이 대형 비닐에 싸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은 사흘 만에 충남 서산휴게소에서 A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범행을 저지른 A씨를 신상을 공개했다. 범인은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1심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범위험성이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검찰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청구도 기각했다. 

1심은 "범인이 처음부터 살인을 계획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에서 영구 격리해야 할 만큼 교화나 개전의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책임에 비례해야 한다"며 "범행 결과가 중하다고 사회적 파장과 형벌의 일반예방적 목적 만을 내세울 수는 없다"고 했다. 

검찰이 항소했지만 결과가 바뀌지 않았다. 2심도 "결과가 끔찍하지만 범행이 계획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며 범인이 사건 후 많이 반성한다고 봤다"면서 "더 높은 형을 선고할 것까진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2심에서 확정됐다. 

최근 노래방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허민우(34)의 신상이 공개됐다. 노래주점을 운영하던 허씨는 술값 시비와 112신고 등의 이유로 피해자를 폭행·살해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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