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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을 말하다]①"인생은 한강물 아니면 한강뷰"

"비트코인, 즐길 뿐 목숨 걸진 않죠"

[편집자주] 1990년대생은 한국 사회에서 논쟁적인 주제다. 1997년 외환위기를 보며 삶의 불안정을 경험했고,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도 더 격한 경쟁에 마주해야 했다. 입시와 취업에서 역사상 최강 스펙이라 평가받으면서도 끊임없이 노력을 요구받는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 없던 새로운 존재일까.
'K를 생각한다'를 펴낸 작가이자, 곧 졸업을 앞둔 서울대 학부생 임명묵씨(28)를 만나 '90년대생론'에 관해 물어봤다.

8일 경기 광명시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임명묵 작가가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 2021.6.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8일 경기 광명시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임명묵 작가가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 2021.6.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아무래도 24시간 7일 동안 열리는 시장이다 보니 자극이 굉장히 크고 선택의 결과가 빠르게 나와 게임적인 요소가 큰 것 같습니다"

지난 7일 경기도 광명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서울대 재학생 임명묵씨(28)는 20대 사이에서 분 '비트코인 열풍'을 게임에 비유했다.

임씨는 "암호화폐 시장이나 뉴스를 빠르게 쫓아가면서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게임하듯이 즐기는 친구들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짧게 처리된 뉴스도 호재, 악재에 반응해서 코인을 팔았다가 사곤 한다"며 "자극이 굉장히 크고 선택했을 때 결과가 빠르게 피드백이 오기 때문에 성취감이나 만족감도 커 게임하듯이 즐긴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을 가볍게 게임처럼 접근하는 사람도 제법 많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좌절감'과 '한탕주의'가 있다. 임씨는 최근 출간한 저서 'K를 생각한다'에서 월급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금수저를 절대 뛰어넘을 수 없다는 좌절의 정서가 한탕에 대한 열망을 자극해 코인판을 끓어오르게 했다고 봤다.

임씨는 불법 토토의 확산과 유튜브 열풍도 결국 한탕주의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봤다. 미래의 개선을 바랄 수 없는 상황에서 한 번의 간단한 선택을 통한 모든 사회경제적 지위를 뒤집는 한탕주의에 이끌렸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향한 20대의 열광적인 반응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의 가입자 수는 지난달 기준 587만3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11배 이상 급증한 규모다. 같은 기간 암호화폐에 투자하기 위해 입금된 돈도 22조원을 넘었다. 다만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반토막나면서 비트코인 열풍은 한풀 꺾인 상황이다.

임씨는 비트코인 열풍을 다룬 챕터 '한탕주의: 인생은 한강물 아니면 한강뷰다'에서 이같은 현상에 대해 "90년대생이 코인이라는 '한탕'의 꿈을 꾸거나 심하면 정말 목숨까지 걸었던 이유는 지금이 아니면 상위 계층으로 올라가 성장없는 노동과 고된 경쟁에서 해방되는 길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씨는 1994년 충남 조치원에서 태어나 2013년 서울대 인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에 농어촌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 지난 2019년 시진핑 시대의 중국을 담은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을 내놨고, 지난달에는 90년대생을 90년대생의 눈으로 바라본 'K를 생각한다'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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