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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이메일 불법열람…김재철 전 MBC사장 등 임원진 배상책임

2012년 노조 파업 당시 보안 프로그램 도입 자료 열람
법원 "임원진, 콘텐츠 실장 불법행위 알면서도 방조"

[편집자주]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2012년 MBC 노동조합 파업 당시 사측이 사내 보안프로그램을 이용해 직원들의 이메일 등을 불법 열람한 것과 관련해 김재철 전 사장과 임원들이 18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MBC가 김재철 전 사장과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2012년 1월부터 7월까지 170여일간 MBC의 정상화와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파업을 했다.

김 전 사장은 2012년 4월 차모씨를 정보콘텐츠실장으로 임명했고, 차씨는 보안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트로이컷'이라는 해킹차단 프로그램을 선택한 다음, 안광한 전 부사장과 당시 기획홍보본부장이었던 이 전 사장 등 임원들에게 정식 설치를 승인받았다.

이 프로그램에는 기본적인 해킹방지 기능 외에도 부수적으로 컴퓨터 사용자가 메일이나 메신저 등을 통해 주고받은 대화나 첨부파일 등을 중앙서버에 저장하도록 하는 기능이 있었다. 사측은 이 프로그램을 회사 인트라넷에 접속하는 순간 컴퓨터에 자동설치되도록 했다.

사측은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프로그램의 특성을 직원들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았고, 정보보호서약서나 동의서를 받지도 않았다.

이후 노조가 프로그램 설치 및 도입에 반발하자 이 프로그램은 시험운영만 거친 상태에서 정식 도입이 중단됐고, 2012년 9월 사측은 직원들의 컴퓨터에 설치되어 있던 프로그램을 일괄 삭제했다.

노조는 차씨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고, 차씨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임직원들의 525개의 이메일, 파일 등을 저장·열람한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됐다.

MBC는 2019년 김 전 사장과 이 전 사장 등 임원진이 불법행위를 했다며 62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김 전 사장 등은 차씨가 직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노조 등의 단결권,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 등 불법행위를 알게 되었으면서도 아무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묵인하거나 조장함으로써 이에 가담했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불법행위를 차씨가 주도했고, 피고들은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한 것에 불과하고 직접적인 이득을 얻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책임을 30%로 제한해, 피고들이 연대해 MBC에 1865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도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김 전 사장과 이 전 사장은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 판단 결론은 정당하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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