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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문법 파괴' 이준석 등장…與, 변화 바람 속 쇄신안 힘 받나

李, 계파 위주 정치 탈피…정치 '토론배틀' 도입 등 파격 카드 선보여
與 대선기획단, 인사 영입부터 경선방식 고민까지…'역카드' 고민할 듯

[편집자주]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6.1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6.1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여의도 문법 파괴자'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야당 수장으로 화려하게 입성했다. 0선·30대 야당 대표의 당선으로 더불어민주당도 당내 안팎에서 정치 구조 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의 여의도 기존 문법과는 완전히 다른 시도를 해오며 관성을 깨왔다. 선거 운동부터 캠프를 꾸리지 않고 소수의 측근과 다녔으며, 본인이 직접 메시지를 작성하고 내는 방식으로 홍보해왔다.

이 대표는 후보 시절 당직자를 콘테스트를 거쳐 선발하고, 기초자격시험을 통한 공천, 대선후보 경선 때도 '팀토론 배틀'을 도입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이 대표는 11일 수락연설에서도 "심판을 위해서는 변화하고 자강해 더욱 매력적인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6월 중으로 당 대변인 선발에 '토론배틀'방식을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우리의 방식이 캠프 출신의 코드가 맞는 민주당 출신 인사에게만 기회가 열리는 현 집권세력의 방식보다 공정하다는 그 확신이 우리를 대선 승리로 이끌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의 '군집'문화를 확실하게 꼬집었다.

이 대표는 0선 의원이지만 이른 나이에 여의도에 입성해 10여년 동안 정치계의 일면목을 지켜봐왔다. 선배들의 진면목을 관찰해왔고 경험도 전무하지 않은 만큼, 그만의 장악력도 새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평도 있다. 문법을 파괴하면서도 '배틀', '자격시험' 등 자신만의 새로운 룰을 만들어 쇄신바람에 목마른 유권자의 갈등을 해소해주는 전략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6.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6.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에 반해 송영길 대표 체제가 들어서고 당내 '내로남불' 논란부터 정리 중인 민주당으로서는 기존 여의도 문법으로 일관하기에는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흥행 몰이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도 이에 맞는 대응책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부동산을 둘러싼 정책 이슈, 투기 의혹을 받는 의원의 출당·탈당부터 선명하게 정리해야 한다. 또 가장 큰 미션인 '대선 승리'를 위해 대선기획단을 꾸리는 과정에서 20대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등의 묘수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대표가 대변인 발탁 등 그동안 음지화됐던 여의도 문법을 '양지화'하고 '경쟁'시키려고 하는 만큼, 민주당도 이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나이와 선수를 고려하지 않는 파격 인사가 나올 수 있고, 이외에도 대선 이슈몰이를 위해 경선 과정에서 공개검증 방식을 늘릴 수도 있다.

박용진 의원 등과 같은 소신파들의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대권주자이자 당내 쓴소리를 내길 마다하지 않던 박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오차범위 안에서 따돌리며 3위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줄곧 당내 계파 정치와 세 과시 정치에 대해 비판하며 '뻔한 인물과 뻔한 구도로 가면 뻔한 패배가 온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당내 대권주자 예비경선과정에서도 흥행을 위해 TV 공개토론 등 '맞짱토론'을 하자고 주장해왔다. 국민여론조사 대상을 현행 당 지지층과 무당층에서, 열린민주당·정의당과 야당 지지층까지 포함해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오히려 송 대표 체제 하의 지도부가 '쇄신안'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여당의 덩치가 크고 느리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이준석 대표의 당선은 우리의 과제이자 도전이다. 부담이 되지만 이번 기회에 본격적으로 개혁 경쟁에 드라이브가 걸리면 우리도 나쁠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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