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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1시간 더해도 달라질까"…밤 12시 영업 첫날 부산 번화가 '한적'

서면 술집은 '북적'…유흥시설·홀덤펍은 매출상승 '기대'
노마스크족 거리 활보…활기 잃은 대학가엔 '폐업 간판'도

[편집자주]

'밤 12시 실내영업'이 허용된 첫날인 14일 오후 11시30분 부산 부산진구 서면 거리가 한산하다.2021.6.14/© 뉴스1 노경민 기자
'밤 12시 실내영업'이 허용된 첫날인 14일 오후 11시30분 부산 부산진구 서면 거리가 한산하다.2021.6.14/© 뉴스1 노경민 기자

"1시간 늘어난다고 바뀌는 건 없어요. 텅빈 가게를 한번 보세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밤 12시까지 실내 영업 허가가 시작됐지만, 부산 번화가 분위기는 대체로 한적했다.

일부 상인들은 1시간 연장 조치가 매출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밤 9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유흥시설 등의 업주들은 모처럼 화색이 돌았다.

이날 오후 11시30분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는 거리마다 상반된 분위기가 연출됐다.

24시간 돼지국밥 식당으로 유명한 서면향토음식 특화거리에서는 대부분 가게 간판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퇴근길에 나서는 직장인이나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만 터벅터벅 발길을 옮겼다.

일부 식당 상인들은 밤 10시부터 일찍이 마감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 중에는 밤 12시까지 영업 허가 조치를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영업 마감이 한창인 업주들은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손님이 끊이지 않아 24시간 영업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집합제한 완화 조치에도 유동인구 자체가 없어 일찍 문을 닫는다고 했다.

돼지국밥 상인 A씨는 "한번 밖을 보세요. 도대체 그 많은 사람들이 어디로 갔을까..."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포장마차 상인은 "코로나19 때문에 1년반만에 문을 열었다. 손님한테 12시까지 영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기쁘지만은 않다"며 "영업한 지 4시간이 넘었는데 한테이블만 받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치킨집 업주 박모씨(27)는 "오늘은 월요일이라 손님도 오지 않고,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서도 "그래도 금요일이나 주말에는 손님들이 조금 늘지 않겠나"고 기대했다.

'밤 12시까지 실내영업'이 허용된 첫날 1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술집 거리.2021.6.14/© 뉴스1 노경민 기자
'밤 12시까지 실내영업'이 허용된 첫날 1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술집 거리.2021.6.14/© 뉴스1 노경민 기자

반면 큰 도로변 맞은편 맥주펍과 칵테일바, 감정주점이 밀집한 서면 번화가에는 젊은 인파들로 북적였다. 가게마다 빈 테이블이 한 두개만 보일뿐 3~4인 무리지어 온 손님들로 가득 메웠다.

나몰라라 마스크를 내팽개친 채 침을 뱉으며 길을 걷는 '노마스크'족도 부쩍 늘어난 모습이었다. 일부 흡연자들은 담배꽁초를 길가에 버리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비슷한 시각 남구 경성대부경대역 번화가도 '12시 영업 허가'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대학가에 거주하는 일부 주민들에 따르면 평소 평일보다는 인파가 조금 늘었지만, 대부분 귀가하는 고등학생이나 퇴근하는 30~40대 직장인들이었다.

귀가를 위해 일찍이 버스나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고, 경영난에 폐업 간판이 붙은 가게가 여럿 있었다.

5년째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김모씨(50대)는 "코로나 이전에는 시험 기간이라도 사람이 꽤 많이 찾아왔지만, 지금은 장사가 안돼 가게를 내놓은지도 한참 됐다"고 한숨을 쉬며 이야기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대학가'라는 특수성 때문에 조만간 닥칠 방학 시기에 손님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부터 쏟아내기도 했다.

곱창집 사장 류모씨(36)는 "오늘 첫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며 "사실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는 한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놔도 매출에는 별다른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 한 홀덤펍 입구에 '밤 12시 영업'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2021.6.14/© 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 부산진구 서면 한 홀덤펍 입구에 '밤 12시 영업'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2021.6.14/© 뉴스1 노경민 기자

하지만 유흥시설 및 홀덤펍 업주들은 크게 반기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밤 9시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는 업종이라 이번 완화 조치로 가게가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서면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지난 3월 내려진 '밤 10시 영업' 때와 달리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코로나 이후로 12시까지 영업하는 건 처음"이라며 "11시와 12시는 매우 달라 심리적으로 안심이 된다. 주변 상인들도 호응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석영 소상공인연합회 전국홀덤펍협회장은 "홀덤펍은 주로 퇴근한 직장인들이 9시부터 오기 시작하는데, 1~2시간만 놀기 위해 오지는 않는다"며 "12시까지 영업이 허용돼 손님들이 더 많이 찾지 않겠나"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는 이날부터 7월4일까지 3주간 거리두기 1.5단계를 유지하고, 유흥시설 5종 및 식당 등 일부 시설에 대해서는 집합제한을 완화했다.

시 보건당국은 "방역조치를 완화한 만큼 각 시설 에서는 방역과 출입자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할 것을 당부드린다"며 "핵심 방역수칙 등 행정명령 이행 여부를 지속해서 집중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 경성대부경대역 대학가.2021.6.14/© 뉴스1 백창훈 기자
부산 남구 경성대부경대역 대학가.2021.6.14/© 뉴스1 백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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