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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선언 앞둔 윤석열의 '위기'…대변인 사퇴, 野도 'X파일' 공격

최재형·김동연은 野 대권행보 시동…尹 입지 위협받을 수도

[편집자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1.6.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1.6.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참여 선언을 앞두고 위기를 맞이한 모습이다. '전언정치'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임명한 대변인은 혼선만 더한 채 사퇴했고, 여권에서 거론하기 시작한 이른바 '윤석열-X파일'을 두고 야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의 견제도 계속되는 가운데 잠재적 경쟁자로 꼽히던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대권 행보를 시작하면서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윤 전 총장 입지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전 총장 측의 이동훈 대변인은 20일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전 대변인은 윤 전 총장이 대권행보를 위해 영입한 첫 인사로 조선일보 논설위원으로 재직하다 지난 10일 대변인에 내정됐다.

이상록 대변인은 "윤 전 총장은 지난 18일 저녁 두 대변인을 만나 '앞으로 국민 앞에 더 겸허하게 잘하자'고 격려했다"며 "하지만 이 전 대변인은 19일 건강 등의 사유로 더 이상 대변인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고 윤 전 총장은 아쉬운 마음으로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이상록 대변인은 통화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잘해보자는 분위기였지, 꾸짖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말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입당 여부 또는 이와 관련한 메시지 수위를 놓고 윤 전 총장과 이 전 대변인이 의견 충돌을 빚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변인 사퇴로 윤 전 총장 측은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내부 균열 양상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윤 전 총장의 '입' 역할을 해야 할 막중한 참모가 열흘 만에 '메시지 혼선' 논란에 휘말린 끝에 그만두면서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앞서 이동훈 대변인은 지난 18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라디오 진행자의 질문에 "그래도 될 것 같다"며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 측은 불과 몇 시간 뒤 "국민의힘 입당 문제에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태산처럼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입장을 선회했다. "입당 여부는 '민심투어' 이후 판단할 문제"라는 게 윤 전 총장의 언급이라고 했다.

정치행보를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야권의 공세 수위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윤 전 총장 측 내부의 엇갈린 메시지를 두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자기 입으로 국민에게 입장을 이야기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왜 정치를 하게 됐는지,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의 말을 본인 입으로 하는 게 정상"이라고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전 총장을 범야권의 대권주자라고 평가하면서도 '버스론'을 내세워 입당을 촉구했고, "아마추어 티가 나고 아직은 준비가 안 된 모습"이라고도 비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급한 X-파일도 야권의 도마에 올랐다. 야권 인사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19일 윤 전 총장과 아내·장모 관련 의혹을 정리한 파일을 입수했다며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일은 무척 힘들겠다는 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방어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 "대통령 후보가 될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국정 운영능력에 대한 자질 검증과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도덕성 검증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고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윤 전 총장이 악재를 거듭 맞이하는 사이, 야권의 잠룡으로 꼽히던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부총리 등은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며 경쟁자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최 감사원장은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직무를 마치자마자 선거에 나오는 것이 정치적 중립상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그 부분엔 다양한 판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권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전 부총리는 사단법인 '유쾌한반란'을 세우고 공익활동에 매진하는 중이다. 20일 오후에는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노숙인을 상대로 무료급식 봉사에 나선다. 유쾌한반란 측은 정치적 의도와 관계없는 행사라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서는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압도적 지지율로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던 윤 전 총장이 위기를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권 초반 논란을 바로잡지 못하면 크게 흔들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장 소장은 X-파일을 말하며, "방어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에비앙 반기문'의 향기도 많이 난다"며 직전 대선에서 바람을 일으키다 중도 하차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소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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