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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가두고 굶기고 물고문' 친구 죽게 한 20살 악마들

검찰, 20세 남성들 보복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
고소에 앙심 품고 2달 넘게 감금 및 가혹행위

[편집자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를 감금하고 가혹행위로 숨지게 한 20대 남성이 22일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2021.6.22/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를 감금하고 가혹행위로 숨지게 한 20대 남성이 22일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2021.6.22/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같이 살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요, 이 친구가 위험한 거 같아요. 빨리 좀 와주세요"

지난 6월13일 오전 6시. 안모씨(20)가 119에 다급히 신고했다. 안씨는 신고 전화에서 함께 살던 친구가 "며칠 전부터 음식 같은 것(을 먹고) 속이 안 좋다고 했다"면서 "호흡과 의식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동한 119대원은 도리어 신고한 친구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A씨(20)는 결국 숨졌는데, 몸에는 결박된 채 폭행당한 흔적이 있었다. 몸무게는 34kg에 불과했다.

경찰은 A씨와 함께 살던 안씨와 김모씨(20)를 긴급체포하고 이후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비극은 서울에서 셋이 만나게 되면서 시작됐다.

김씨와 숨진 A씨는 대구의 한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동창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A씨와 김씨 사이에 학교폭력 등의 문제는 없었지만 A씨에게는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의 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안씨와 김씨는 2020년 6월 강남에 있는 원룸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안씨와 김씨는 중학교 동창이자 대학교 동기였다.

같은 해 9월 안씨와 김씨는 A씨가 노트북을 파손했다는 것을 빌미로 돈을 뺏기 위해 '수리비 변제 계약서'를 작성하자며 A씨를 서울로 불렀다.

대구에서 대학을 다니던 A씨는 이때 김씨를 방문하면서 안씨를 처음 알게됐다. 안씨와 김씨는 서울에서 A씨와 함께 지내면서 A씨를 청소기 등으로 때리고 다치게 했다.

같은 해 11월4일 A씨는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훔친 일로 파출소에 가게됐다. 때 이른 한파가 찾아왔지만 A씨는 반팔 차림이었다.

안씨와 김씨는 파출소에 찾아와 A씨를 자신들에게 넘기라고 했지만 A씨의 몸에서 폭행 흔적을 본 경찰은 A씨의 아버지에게 연락해 대구로 데려가도록 했다.

그렇게 A씨는 안씨와 김씨의 마수에서 잠시 벗어났다.

A씨 가족은 11월7일 안씨와 김씨를 상해 혐의로 처벌해달라며 고소했다. A씨 측은 전치 6주의 상해 진단서를 냈으며 A씨는 대구에서 피해자로 조사를 받았다.

고소 사실을 알게 된 안씨와 김씨는 앙심을 품었다. 보복과 고소 취하, 그리고 A씨에게 또 돈을 뜯어내기 위해 A씨를 다시 서울로 데려오기로 계획했다.

안씨와 김씨는 지난 3월 말 A씨에게 "서울에 가서 일하면서 빚을 갚자"고 겁을 주며 서울에 다시 데려왔다. 이 과정에서 A씨와 김씨의 고등학교 친구인 B씨의 도움으로 A씨의 동선과 외출 시간 등의 정보를 얻었다.

이때부터 사망 직전까지 약 2달이 넘는 동안 안씨와 김씨는 A씨를 집에 가뒀다. 그 동안 때리는 것은 물론이고 케이블 타이로 A씨의 신체를 결박하고 음식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이들은 A씨를 괴롭히면서 영상을 찍기도 했다.

A씨의 가족은 4월 경찰에 가출 신고했다. 2020년 10월에 이어 두 번째였다.

안씨와 김씨는 A씨에게 '고소 취하 계약서'를 작성하고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문자를 경찰에게 보내도록 강요했다. 결국 고소 사건을 담당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5월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안씨와 김씨는 A씨에게 일용직 노동을 시키고 그렇게 벌어온 돈을 뺏었다. 이 밖에도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시키거나 A씨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후 판매하는 방식으로 약 600만원을 A씨에게 뜯어내고 생활비로 사용했다.

감금된 A씨는 어디를 가든 안씨와 김씨와 함께 움직였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들이 6월1일 연남동 오피스텔로 이사할 때는 A씨가 제대로 걷지 못해 안씨와 김씨가 부축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

연남동 오피스텔로 온 후 A씨는 한 번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안씨와 김씨는 쓰러진 A씨를 화장실에 가두고 알몸에 물을 뿌렸다. '잠 안 재우기 고문'도 있었다. A씨는 폐렴과 저체온 등으로 결국 숨졌다.

경찰과 검찰은 약 한달 동안의 수사 끝에 안씨와 김씨에게 특처법 위반(보복살인, 보복감금 등), 폭처법 위반(공동강요, 공동상해, 공동공갈), 영리약취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상현)은 이들은 8일 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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