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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자살 보도 방향 바뀌니 '베르테르 효과' 줄었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교수 "언론 자정 덕분"
자살예방법·자살보도권고기준 시행 후 변화

[편집자주]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 (자료제공 : 삼성서울병원) © 뉴스1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 (자료제공 : 삼성서울병원) © 뉴스1

유명인의 자살을 다루는 언론 보도 방향이 바뀌자 일반인의 자살률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났다.

자살을 묘사하는 언론 보도를 자제하고, 보도 하더라도 신중히 전하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는 '파파게노 효과'(Papageno effect)가 과학적으로 규명된 셈이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 자살률 추이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최근 자살률이 줄어든 데는 언론 보도의 변화도 작용했다고 22일 밝혔다.

관련 연구 결과는 '호주-뉴질랜드 정신의학 저널' 최근호에 담겼다.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17년까지를 자살예방법 시행(2012년)과 자살 보도 권고기준 시행(2013년)을 전후로 2005~2011년, 2012~2017년으로 나눠 국내 자살률 추이를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유명인 자살 보도가 나간 후 한 달 동안 일반인 자살률은 평균 18% 늘었다. 유명인의 사망 직전 한 달 평균값과 비교한 결과로, 5년 치 월간 평균 자살률과 코스피 지수, 실업률, 소비자물가지수 등을 모두 반영해도 자살 보도가 미친 영향이 뚜렷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유명인 자살 보도를 접하면서 힘든 상황에 있는 일반인들이 동조하거나 우울증, 자살생각 등 부정적 요소들이 악화되면서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난 탓"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2012년 자살예방법과 2013년 자살 보도 권고기준이 차례로 시행되면서, 유명인 자살 보도 후 한 달간 자살률 증가폭이 단계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확인했다. 2013년부터 2017년 사이에는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2012년 자살예방법 시행과 더불어 2013년 자살 보도 권고기준이 언론현장에 적용되면서 이러한 감소에 크게 기여했다는 게 전홍진 교수 연구팀의 분석이다.

전 교수는 "법적, 제도적 정비와 더불어 자살을 대하는 언론의 보도 방향이 바뀐 덕분"이라며 "다만 2018년 이후 다시 영향력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더 쉽게, 더 다양한 경로로 유명인의 자살 관련 소식이 전해지는 만큼 이에 대해서도 자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의 '2021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20년 자살사망자 수는 1만3018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1만3799명보다 781명(5.7%) 감소했고, 자살률이 최고치에 이르렀던 2011년(1만5906명)과 2019년을 비교 시 2107명(13.2%) 줄어들었다.

전 교수는 "자살률을 더 감소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근거중심 지역사회 맞춤형 자살예방 대책 지역사회 복지 인센티브를 통한 사회 연결성 증진 방안 등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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