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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재구성]새벽 시약산의 잔혹 살인자…남긴 건 '조각 DNA'뿐

등산로 입구 등 CCTV도 없어 흔적 못찾아…원한·보복 범죄 추정
용의자·주민 추려 DNA 대조 거쳤으나 아직…경찰 "끝까지 수사"

[편집자주]

부산 서구 시약산 일대 등산로.2021.7.23 /뉴스1© 뉴스1 백창훈 기자
부산 서구 시약산 일대 등산로.2021.7.23 /뉴스1© 뉴스1 백창훈 기자

"매일같이 다니는 곳이라 가끔씩 섬뜩하다. 얼른 범인을 잡았으면 좋겠다."

지난 23일 오후 부산 서구 시약산에서 만난 한 주민의 말이다.

사건은 지난 4월3일 오전 5시40~50분(추정시간). 동이 채 뜨기도 전인 시각에 발생했다.

시약산 등산로에서 70대 남성이 흉기에 여러차례 찔려 숨져있는 것을 한 등산객이 발견한 것이다.

상처는 A씨의 얼굴에 집중됐다. 원한에 의한 범행으로 추정할 수 있는 정황이었다.

경찰은 곧장 수사에 착수했다. 범행 장소는 등산로, 범행 시간은 새벽시간인 점 등으로 인해 목격자는 없었다.

초소와 등산로 입구 모두 CCTV도 없었다.

부산경찰청과 관할인 서부경찰서 등 12개팀, 경찰 70여명이 투입됐다.

시약산을 샅샅이 뒤졌으나 아직까지 범행에 사용된 흉기 등 증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다만 경찰은 A씨의 상흔 등을 토대로 흉기의 형태를 길이 7cm, 넓이 2~3cm 가량 되는 짧은 형태로 추정하고 있다.

성과도 나왔다.

A씨의 등산용 스틱에서 제3자의 DNA 조각이 발견된 것. 그러나 특정 인물을 추려낼 정도의 양은 아니었다.

시약산 인근 도로 표지판.2021.7.23 /뉴스1© 뉴스1 백창훈 기자
시약산 인근 도로 표지판.2021.7.23 /뉴스1© 뉴스1 백창훈 기자

경찰은 용의자를 추리기 위해 시약산에서 1주일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일명 '뻗치기'를 하며 잠복 근무도 실시했다.

이 기간 만난 사람은 총 10여명뿐. 타지역 주민은 없었다고 한다.

원한과 채무 관계 등을 중심으로도 수사를 벌였지만 아직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접근성을 갖춘 인물을 용의자로 추정하고 인근 주민 500여 세대와 사건 발생 이후 주소지를 옮긴 110여 세대에 대한 DNA 검사를 벌이고 있다.

이 지역에 선원들이 많이 거주하는 특성상 사건 발생 이후 출항한 선원 180여명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현재 상당수 인원을 대상으로 DNA 대조를 마쳤으나 일치자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남은 대상자들을 상대로도 DNA 대조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상태다.

결과적으로는 사건 발생 3개월이 지났지만 범인 검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수사팀 규모도 서부경찰서 30여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까지 매일 시약산 일대를 탐문수사하며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작은 단서 하나라도 확보하기 위해 사실상 발로 뛰는 수사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2015년에는 조각 DNA를 이용해 6개월 만에 '창원 무학산 살인사건'을 해결한 사례가 있다.

당시 피해자의 유류품에서 확보한 제3자의 DNA와 용의자의 DNA가 일치하면서 사건이 해결됐다.

이에 따라 부산 경찰도 "포기할 단계가 절대 아니다"며 범인 검거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한편 부산의 마지막 장기미제사건은 2010년 부산진구 한 모텔 여주인이 살해된 일명 '부전동 버킹컴 모텔 살인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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