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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1만원 차이로 재난지원금 못받는다? 88% 가르기 불만 어쩌나

88% 선별 공정성 시비·행정 비용 발생 등 논란 가중
경계선 가구 혼선 불가피…정부 "이의 땐 적극 구제"

[편집자주]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5차 재난지원금(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이 '소득하위 88%'로 정해지면서 정부가 이 기준대로 대상자 선별 작업을 본격화한다.

대상 선별에 드는 행정적 비용이나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소득 상위자의 높은 세금부담률을 고려하면 전국민 지급이 더 낫지 않겠냐는 비판 속에 제대로 된 선별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2차 추가경정예산 사업이 적시 집행돼 코로나 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주요 사업별 TF(태스크포스)를 통해 집행 준비에 나선다.

TF는 기재부 2차관 주재의 총괄 TF에 더해 △국민지원금 △소상공인 지원 △상생소비지원금(신용카드 캐시백) 등 이른바 코로나 3종 패키지별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 국민지원금 TF는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 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건강보험료'를 활용해 가구 선별 작업에 나선다.

앞서 국회는 국민 재난지원금을 1인당 25만원씩 소득 하위 80%에 지원하되, 맞벌이·1인 가구에 대해 선정기준을 보완해 178만가구를 추가했다. 맞벌이 가구의 경우 홑벌이 가구 기준에서 가구원 수를 1명 추가해 산정하는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지원금 지급 대상 맞벌이 연 소득 기준은 △2인 가구 8605만원 △3인 가구 1억532만원 △4인 가구 1억2436만원 △5인 가구 1억4317만원 이하로 상향된다. 추가 혜택을 받는 맞벌이 가구는 71만 가구다.

홑벌이 가구는 연 소득이 △2인 가구 6671만원 △3인 가구 8605만원 △4인 가구 1억532만원 △5인 가구 1억2436만원 이하다.

1인 가구의 경우 노인·비경제활동인구가 많은 특성을 반영해 연소득 4000만원에서 5000만원 수준의 건보료 기준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이로써 지원 대상 가구 수는 종전 1856만에서 2034만으로 확대됐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 대비 87.7% 수준이다. 예산은 당초 10조4000억원에서 11조원으로 6000억원(지방비 포함) 늘었다. 이 6000억원을 더 들여 지원 대상을 8% 늘린 셈이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9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2021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 재석 237인, 찬성 208인, 반대 17인, 기권 12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2021.7.24/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9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2021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 재석 237인, 찬성 208인, 반대 17인, 기권 12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2021.7.24/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지원 대상 선별은 정부가 밝힌 대로 건보료를 활용한다. 선별 지원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 만큼 건보료를 활용하면 88% 대상을 선별하는 것이 행정적으로 큰 무리는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제2 아동수당'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18년 만 5세 이하 아동을 둔 소득 하위 90% 가정에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원하기로 했다가 선별 기준이 명확지 않고 형평성 논란까지 불거지며 철회했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논란도 아동수당 사례와 비슷하게 전개된다. 단돈 얼마 차이로 소득하위 88%는 지원금을 받고 89%는 못 받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어서다.

이를테면 월 877만원을 받는 홑벌이 A가족(4인 가구)은 1인당 25만원씩 총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받지만 월 878만원을 받는 홑벌이 B가족은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렇게 되면 지원금을 받는 A가족이 B가족보다 소득이 99만원 더 많은 '소득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

또 고액 자산가인데도 정부 과세 체계에 잡히는 소득이 적은 이른바 '금수저' 가구는 지원금을 받는 데 반해, 소득 수준은 비교적 높지만 가진 재산은 없고 가처분 소득까지 적은 '흙수저' 가구는 지원에서 소외될 수 있다.

일례로 지방 출신으로 서울 월세방에 살면서 연봉 5000만원 넘게 받는 1인 가구는 이번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부모가 소유한 수십억 상당의 건물에서 임대료를 내지 않고 살면서 월 400만원을 버는 1인 가구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계선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선별 형태의 모든 사업이 갖는 문제"라면서 "모든 현실을 100%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이의신청 절차를 통해 적극 구제에 나설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또 소득 하위 88%를 선별하는 과정에서는 소요되는 막대한 행정비용과 사회적 갈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최근 "12%를 골라내자고 행정 비용을 내는 것이 더 손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이날 새벽 통과시킨 총 34조9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 배정계획안과 예산 공고안을 의결한다. 2021.7.24/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이날 새벽 통과시킨 총 34조9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 배정계획안과 예산 공고안을 의결한다. 2021.7.24/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고소득층을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결정도 논란 중 하나다. 세금 부담률이 높은 고소득층들은 '세금은 우리가 다 내고, 혜택은 소득 하위계층에게만 돌아간다'는 불만이 높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발간한 2020 국세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소득 상위 10%가 전체 근로소득세의 72.5%를 납부했다. 소득 상위 10%가 1년간 받은 총 급여는 약 223조원으로 전체의 31%에 달한다.

종합소득세도 상위 20%의 비중이 두드러진다. 종합소득금액 기준 분위별 신고자료에 따르면 2019년 상위 1%가 전체 종합소득세의 50.1%를 신고했다. 상위 10%가 차지한 비중만 85.9%에 달했다.

한편에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고액 연봉자나 자산가들이 힘든 하위 계층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코로나 확산 사태로 소득 상위 계층은 피해가 덜한데 자영업자나 특수형태근로자 등 취약계층이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분위(소득 하위 20%)는 작년 근로소득이 마이너스였는데 5분위(소득상위 20%)는 소득 감소가 없었고, 부채는 1분위가 늘었지만 5분위는 오히려 줄었다"면서 "따라서 소득상위 계층에 지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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