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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때도 등교 추진…'델타 변이' 기승인데 괜찮나

전문가 회의 이어 교원단체 간담회서도 등교 확대 요구
"수도권 '8월 등교' 무리"…밀집도 기준 '누더기' 지적

[편집자주]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등교하고 있다. 2021.7.9/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등교하고 있다. 2021.7.9/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상황에서도 등교수업을 유지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을 두고 학교가 감염병 전파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거리두기 개편에 맞춰 지난 6월20일 발표된 새 학교 밀집도 기준에 따르면 4단계 때는 '전면 원격수업'을 실시하게 돼 있는데,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조정 논의가 이뤄지면서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감염병 전문가, 교원단체 대표 등과 잇따라 만나 2학기 학사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여기서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더라도 등교·원격수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학교 밀집도 기준이 완화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전날 간담회에서 거리두기 3단계 때 전면 등교를 허용하자고 제안했다. 현행 학교 밀집도 기준에는 3단계 때 초등학교는 전교생의 6분의 5까지, 중·고등학교는 3분의 2까지 등교하게 돼 있는데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거리두기 4단계 상황에서도 초·중·고등학교에서 3분의 1 이상 등교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2학년은 매일 등교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좋은교사운동, 실천교육교사모임, 새로운학교네트워크 등 단체도 4단계 상황에서도 등교수업이 일부 유지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다만 오는 9월 말까지는 현행 학교 밀집도 기준을 조정하는 것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4단계 때 등교 방안에 대해 반대했다. 학생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지난달 30일 진행된 유 부총리와 감염병 전문가 자문회의에서도 학교 밀집도 기준을 조정해 4단계 때도 등교를 허용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최은화 서울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등교수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생기는 피해는 어떤 방법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며 "4단계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학교에 있을 때 더 안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등교수업이 2년째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발생한 학습 격차 심화, 심리 불안, 돌봄 공백 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도 등교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다만 코로나19 국내 일일 확진자가 약 한달째 1000명 이상 나오고 있는 데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리면서 섣불리 학교 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7월25~31일) 동안 국내 지역감염 사례 가운데 델타 변이 검출률은 61.5%에 달했다. 직전 1주일(7월18~24일) 48.0%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13.5%P나 높아진 수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델타 변이가 확산한 상황에서 등교하게 되면 화장실이나 급식실에서 마스크를 벗으면서 집단감염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며 "학생 무증상 감염자 가운데 중증 환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에서 8월 중 등교수업을 하는 것은 무리"며 "50대 미만 학부모 연령대의 백신 1차 접종이 9월 말에나 완료될 예정이고 학생은 고3을 제외하면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감염병 추이를 더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교 현장에서도 혼란이 감지된다. 서울 동대문구 A중학교는 오는 17일 개학하는데 교육당국의 지침과 별개로 20일까지는 전면 원격수업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등교수업 재개 여부도 학교 구성원 의견 수렴을 거쳐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A중학교 한 교사는 "이달부터 당장 등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며 "원격수업이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쌍방향수업도 늘었기 때문에 이런 점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수도권 학교들이 거리두기 4단계 연장에 대비해 원격수업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밀집도 기준을 변경하겠다고 하면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학교 운영 관련 기준이 수시로 흔들리면 현장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전국 시·도교육감들과 비대면으로 2학기 학사운영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교육부는 감염병 전문가, 교원단체, 시·도교육청 등과의 논의 결과를 종합해 다음 주에 2학기 학사 운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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