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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금리인상]③ 코로나 빚 140조 폭증 자영업자 '설상가상'

자영업자 대출 840조 역대 최대…매출 반의 반토막 빚으로 연명
금리 1%p오르면 이자부담 5.2조↑…"저금리 대환대출 등 특단대책 필요"

[편집자주]

서울의 한 음식점 모습. 사회적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손님이 줄어 한산한 모습이다.©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의 한 음식점 모습. 사회적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손님이 줄어 한산한 모습이다.©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요즘 매일 밤잠을 설친다. 가게 임대료 250만원과 대출이자 100만원 등 월 고정비용만 350만원이 넘는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거리두기 강화로 영업이 제한되면서 매출은 반의반 토막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간신히 하루하루 버티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마저 오른다는 소식이 들리자 망연자실한 상태다.

선술집을 운영하는 B씨는 최근 아예 가게 문을 닫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다. 어차피 팔리지도 않을 음식을 만드느라 비용이 들 바엔, 다른 일을 해서라도 임대료와 대출이자를 마련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대출이자마저 오른다고 하니 그나마 버텨보고자 했던 작은 희망도 사라지려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A씨와 B씨처럼 큰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의 대출 규모가 역대 최대치로 늘었다. 자영업자들이 빚으로 연명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은행권에서 더 이상 대출을 받지 못해 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자영업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은행의 8월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해지면서 이자부담 증가로 인한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영업자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업황이 크게 악화된 대면 서비스업 대출에 대해선 유예됐던 원리금 상환을 저금리 대환대출이나 장기 분할상환 상품으로 전환하는 등 점진적 상환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며 "집중위험을 이연하거나 분산시켜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대출 840조 역대 최대…사업자대출·가계대출 동시보유 84%

10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지난 3월말 기준 831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8%(131조8000억원) 늘었다. 대출 규모와 증가율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4∼6월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이 9조3000억원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840조원대로 추산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자영업자 빚이 무려 140조원 넘게 폭증한 것이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10% 수준이었으나 코로나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해 3월 이후 20%에 가까운 급증세를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실시 등으로 음식업·여가서비스업 등 대면업종 매출이 대폭 감소하면서 빚으로 연명한 것이다. 3월말 기준 금융권에 빚을 진 자영업자는 245만6000명이다. 1인당 대출액은 3억3868만원에 달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금융권에서 새로 대출을 받는 신규차주수도 2배가량 급증했다.

대출의 질도 악화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은 개인사업자대출(기업대출 중 중소기업대출로 분류)과 가계대출을 포함하는데, 두 대출을 동시에 보유한 자영업자가 84%(총대출액 698조3000억원)에 달한다. 10명 중 8명이 넘는다. 사업자 대출만으로는 부족해 생계형 가계대출에도 손을 뻗고 있는 것이다. 가계대출은 정부의 '코로나19 소상공인 대출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혜택에서 제외돼 있다.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2금융권 등으로 밀려나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자영업자의 비은행권 대출 규모는 3월말 기준 281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4.4% 늘어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비은행권은 은행권에 비해 고금리 대출 비중이 높고, 차주 신용도가 낮아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문을 닫은 상점들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문을 닫은 상점들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News1 민경석 기자

◇금리 1%p 오르면 자영업자 이자부담 5.2조↑…"점진적 출구전략 마련해야"

자영업자들의 부실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국 상가 점포 수는 지난해 1분기 267만3766개에서 올해 2분기 222만900개로 1년 3개월 새 45만2866개가 줄었다. 하루 평균 약 1000개의 점포가 문을 닫은 셈이다.

아직 폐업은 아니더라도 한계에 다다른 자영업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 고용동향에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19년 153만8000명에서 올해 6월엔 128만명으로 25만8000명 감소했다. 경영악화를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종업원을 내보내고 혼자 영업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설상가상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사상 초유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상황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자영업자들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한은이 8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9월 말 예정된 '코로나19 소상공인 대출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종료 시한이 다가오는 것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다만 현재 분위기를 감안하면 금융당국이 재연장에 나설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금리가 1%포인트(p) 오를 경우 자영업자의 이자부담은 약 5조2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또다시 절망감에 빠진 상황"이라며 "시장금리가 오를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어 대출만기 추가 연장 등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정책 배려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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