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8.26/뉴스1

사상 유례가 없던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연 0.50% 기준금리를 26일 0.75%로 전격 인상했다. 금통위가 '점진적 금리 인상' 방침을 내놓으면서 연내 추가 인상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융시장에선 올해 11월 금리인상 추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8월 정례회의를 열고 이 같이 결정했다. 이로써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0.50%로 떨어진 기준금리는 15개월만에 0.25%포인트(p) 인상됐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지난 2018년 11월(1.50%→1.75%) 이후 2년9개월 만이다.

◇기준금리 0.75%로 0.25%p 올려…추가 인상 예고

이번 금통위는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지명된 고승범 전 금통위원의 중도사퇴로 1석이 공석이 되면서 금통위원 6명만이 참석했다. 이들 가운데 1명만이 기준금리 인상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늘 한은의 기준금리 0.25%p 인상 결정에 대해 주상영 위원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설명을 붙였다.

아울러 이 총재는 이번 금통위의 결정에 영향을 준 3가지 요인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지속되지만 앞으로 백신접종 확대, 수출 호조로 견실한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 △"물가상승 압력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 점" △"완화적 금융여건에서 금융불균형이 계속 누적되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전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선 "금융불균형 누적 완화 필요성에 첫발을 뗀 것"이라면서 "앞으로 경기개선에 맞춰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내놓으며, "이제는 금융불균형 해소에 역점을 둬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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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아울러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차입 수요를 제약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지금과 같은 과도한 민간 신용 증가세 완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당연히 기대하고 있다"며 "기준금리 하나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차입 수요를 제약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방침도 내놨다.

금통위는 이날 정례회의 직후 공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지만 지금 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점진적'이라는 것은 그렇게 서두르지도 않겠지만 지체하지도 않겠다는 의미"라는 설명을 붙였다.

◇전문가들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11월 유력" 전망

금융전문가들은 올해 남은 10월 12일이나 11월 25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추가 0.25%p 인상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델타변이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금융불균형을 시급한 현안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주열 한은 총재도 금리인상 필요성을 크게 강조해놓은 상황이라 올해 11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부동산과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에 대해 한은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이라며 "올해 11월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정으로 총재 임기 내 2차례 금리인상이 확실하다는 전망이 크게 강화됐다"며 "11월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보며 이도 아니면 내년 1월로 미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4% 유지…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1%로 상향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각각 4.0%, 3.0%를 제시했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이전 5월 예측치와 동일하다. 최근 코로나19 4차 확산과 델타변이가 경제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델타변이 확산이 소비에 분명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면서도 "결론적으로 보면 소비 둔화를 가져오지만 우리 경제의 기조적인 회복세를 저해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에 부합했다.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뉴스1>이 지난 22일 국내 증권사 소속 경제전문가 10인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이들 10명 가운데 9명은 4.0%를 예상했다. 이들은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크게 번져나가고는 있지만 9월에는 2차 추경에 반영된 재난지원금이 풀려 국내 경기를 뒷받침할 것으로 봤다.

한은은 아울러 연간 물가성장률 전망치로 2021년 2.1%, 2022년 1.5%를 제시했다. 종전에 발표한 5월 전망치는 2021년 1.8%, 2022년 1.4%였다.

<뉴스1> 설문에서도 증권사 전문가 10명 중 9명은 한은이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로 적게는 0.1%포인트(p)에서 많게는 0.5%p 상향 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중 5명은 2.0%를, 2명은 2.1%를, 1명은 2.3%를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