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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읽는 경제] '미생' 신입사원의 직장내 괴롭힘 대처법

정당한 이유없이 청소 등 잡일만 시키면 직장 내 괴롭힘
업무관련 폭언·모욕 아니면 괴롭힘으로 인정받기 어려워

[편집자주]

tvN 드라마 <미생> (사진=<미생> 홈페이지) © 뉴스1
tvN 드라마 <미생> (사진=<미생> 홈페이지) © 뉴스1

tvN 드라마 <미생>의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에서 장그래(임시완 분), 안영이(강소라 분), 한석율(변요한 분), 장백기(강하늘 분)는 사회생활의 첫 발을 뗀다. 이들은 시작부터 거친 풍파에 시달린다. 취업준비생들에게 공포를 준다는 얘기마저 나올 정도다. 법적으로 소송을 걸 정도의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한 탓이다.

현실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은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 경제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 2016년 발표한 '직장 괴롭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 괴롭힘으로 인한 15개 산업의 인건비 손실 비용은 총 4조7835억원에 달했다.

이에 현행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방법에 대해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1항.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2항. 사용자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3항.
사용자는 조사 기간 동안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 등에 대해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된다.

4항. 사용자는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5항. 사용자는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6항.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

'작징 내 괴롭힘' 행위 판단 요소. (자료=고용노동부) © 뉴스1
'작징 내 괴롭힘' 행위 판단 요소. (자료=고용노동부) © 뉴스1

그러나 실제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를 위해선 △가해자가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야 하고 △괴롭힘의 행위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야 하며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3개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현실에서 <미생> 등장인물과 같은 상황에 현재 처했을 경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직장갑질대응팀장인 김하나 변호사로부터 상황별 법률자문을 구해봤다.

먼저 김 변호사는 "현재로선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에서 6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사용자가 법을 제대로 지켜도 그만, 안지켜도 그만인 상황"이라며 "하지만 올해 10월부터는 개정법이 시행돼 정당한 사유 없이 피해근로자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미생> 상황별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와 관련한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자원2팀의 신입사원이자 유일한 여성인 안영이는 팀 내에서 왕따를 겪으며 청소, 차 심부름, 생수통 옮기기 등 온갖 잡일을 도맡는다. 이 경우도 업무의 연장선상이라고 봐야 하나.
▶"그렇지 않다.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청소나 차 심부름 등의 잡일만 시키는 것은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심지어 자원부 마복렬 부장은 안영이를 향해 "야!" "이따위로 보고서를 쓰니깐 주재원들이 죽어나는 거 아냐!" "과장이 니 비서야?" 등 고함을 내지른다. 마 부장은 심지어 손가락으로 안영이의 이마를 쿡 찌르며 "니가 하는 게 뭔지 아니? 사업놀이!"라고 폭언을 퍼붓는다.
▶"아주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다. 이를 넘어서 형법상 폭행죄로도 마 부장을 처벌할 수 있다. 폭행은 머리를 찌르는 식으로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큰 소리로 폭언을 한 경우도 해당된다."

 
 
자원부 마 부장(위)이 안영이(아래)에게 폭언과 함께 머리를 손으로 찌르며 폭행을 가하고 있다. (사진=<미생> 캡처) © 뉴스1
자원부 마 부장(위)이 안영이(아래)에게 폭언과 함께 머리를 손으로 찌르며 폭행을 가하고 있다. (사진=<미생> 캡처) © 뉴스1

-안영이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마 부장을 신고하려고 한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
▶"감사나 인사 부서에 알리면 된다. 통상 큰 회사들은 사내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시 처리 절차와 방침을 갖추고 있다. 만일 사내에 그러한 방침이 없다면 대표이사나 임원에게 조사해 달라고 직접 얘기하면 된다."

-안영이에게 녹음 파일과 같은 증거가 없다면 신고가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 마 부장과 같은 가해자들의 대응 양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그런 행동을 하긴 했지만 사정이 있었다고 하거나, 아예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하는 것이다. 가해자가 갑질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할 경우에는 녹취록을 제시해 이를 객관적으로 반박하면 된다."

-마 부장은 어떤 징계를 받게 되나.
▶"법에 징계수준까지 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회사 징계절차에 따라 징계수준이 결정된다. 징계수준은 조사결과에 따라 진행되는데, 실제 회사가 문제를 제기한 피해근로자에게 낙인을 찍고 편향적으로 조사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안영이가 마 부장을 다른 부서로 보내달라고 요청한 상황에서, 되레 안영이만 좌천될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
▶"좌천에는 불이익한 인사발령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는데, 만약 조사 결과 불이익한 인사발령이라는 점이 확인되면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6항 위반을 문제 삼을 수 있다. 제6항을 위반해 피해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결정을 내리면 사용자인 대표이사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좌천이 조사기간 중에 이뤄졌다면 제3항에 해당된다. 사용자는 조사 기간 동안 피해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피해근로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도 안된다. 현재로선 개정법 시행 이전이라 이에 따른 별다른 제재규정이 없긴 하다. 그러다보니 피해근로자 의사에 반하는 조치가 이뤄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철강1팀 장백기는 사수인 강해준 대리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지 못해 힘들어한다. 강 대리의 지시를 기다리다 못한 장백기가 자발적으로 일을 맡아 하겠다고 나섰지만 강 대리는 이를 차갑게 무시하며 책 반납과 같은 사소한 업무를 시킨다. 강 대리는 또한 장백기에게 "나는 아직 장백기씨가 충분히 교육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강 대리의 입장에서 '장백기가 능력이 없어서 일을 안줬다'고 주장하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하기가 애매해진다. 강 대리가 '사회통념'을 벗어나 의도적으로 신입사원 장백기를 배제했는지가 관건이다. 가해자 행동이 사회통념에서 벗어났는지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과 법원 판사의 판단에 달려 있다. 이들은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반응, 행위 기간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판단한다."

장백기. (사진=<미생> 캡처) © 뉴스1
장백기. (사진=<미생> 캡처) © 뉴스1

-영업3팀의 오상식 과장은 장그래가 별다른 절차 없이 최 전무를 통해 '낙하산'으로 인턴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장그래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일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자 장그래는 오 과장을 향해 "기회를 주실 수 있잖아요"라고 항변한다. 이에 오 과장은 "기회에도 자격이 있는 거다"라고 매정하게 답한다. 장그래는 오 과장의 이러한 발언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 않을까.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행위냐, 아니냐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오 과장의 발언은 자신의 의견을 말한 것 뿐이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마저도 단 한번, 일회적이라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업무 수행과 관련한 폭언이나 모욕이 아니라면, 단순히 상사가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고 해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장그래. (사진=<미생> 캡처) © 뉴스1
장그래. (사진=<미생> 캡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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