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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영변 재가동 징후 알고도 '모른척' 왜?…대북지원만 강조

"대북사안, 골라서 발표" vs "추정 단계 정보 말아낀 것"

[편집자주]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정부가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왜 언급않고 '대북지원'만 강조했을까. 그 배경을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7일(현지시간)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 영변의 5MW(메가와트) 원자로가 지난 7월 초부터 냉각수를 포함해 재가동 징후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는 없었던 움직임이었다는 게 IAEA의 설명이다.

IAEA는 또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영변의 방사화학실험실 역시 지난 2월 중순부터 약 5개월 동안 가동됐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IAEA의 보고서 내용은 갑자기 알려진 건 아니다"라며 "한미는 예의주시해 왔다"고 했다.

외교·국방·통일부는 이날 '한미 간 지속 감시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사실상 한미 양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부가 영변 재가동 징후를 포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북관계에 대한 '선택적 정보'만을 공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지난 7월 초 이후 한미가 '북한과의 대화' '대북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부는 지난 7월28일 통신연락선 복원을 남북관계 진전으로 띄우면서, 이달 21~24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간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결과를 놓고서는 '대북 인도적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지난 23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양측은 보건 및 감염병 방역, 식수 및 위생 등 분야에서 북한과의 인도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 대표는 협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도 남북 인도주의 협력사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 본부장은 협의 이후 일주일 만에 미 워싱턴을 방문했다. 그는 29일(현지시간) "가급적 여러 분야에서 북한과의 인도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패키지를 만들어가고자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군사당국 간 통신선이 복구된 지난달 27일 군 관계자가 서해지구 군 통신선 시험 통신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1.7.27/뉴스1
남북군사당국 간 통신선이 복구된 지난달 27일 군 관계자가 서해지구 군 통신선 시험 통신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1.7.27/뉴스1

이를 두고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에 대해 인도적 지원은 해야겠지만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가 언론을 통해 다뤄진 상황"이라며 "정부가 북측의 핵능력 고도화는 어떻게 막을 것이며 억제력은 어떻게 갖출 것인지 등에 대해 대국민 메시지를 발신할 필요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IAEA의 이번 보고서가 위성사진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한 것이고 지난 2009년 4월 북한이 사찰단 추방 이후 북핵 시설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해진 만큼,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우리 정부와 미국이 공식적인 반응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참고로 그간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등에서 상업위성을 활용해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를 보도해 왔지만, 그럴 때마다 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거나 '예의주시 중'이라는 입장만을 내놨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확정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한미 간 분석·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일단 그쳤을 수 있다"며 "만약 '영변 재가동 정황이 있다'고 발표하는 순간 '재가동' 단어만 부각될 수 있고 그에 따른 파급력을 생각해 볼 때 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또한 북한도 영변 핵시설을 미국이 감시 장비로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핵물질을 추출하고 싶었다면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로 추정되는) 강선 등 다른 시설을 활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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