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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대출 플랫폼 연내 출시 물건나갔다…가계대출 관리 기조와 충돌

고승범 “기한 구애받지 않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 재검토”
금융권 잇따른 대출 한도 축소…대환대출 가동 어려워져

[편집자주]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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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금융 소비자의 대출이자 부담 경감 등을 목적으로 준비했던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의 연내 출시가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10월 출시 예정이었지만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재검토를 언급한 데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와 엇박자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는 금융 소비자가 여러 금융기관의 대출 금리를 한 번에 비교해 금리가 낮은 곳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은행별 금리를 비교하는 플랫폼과 금융결제원의 대출 이동 플랫폼을 연결하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금융권, 핀테크업계, 금결원 등과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를 준비해왔다. 이 과정에서 은행권이 '빅테크 종속 우려' 등으로 강한 거부감을 보였지만 서비스 출시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한 의지로 물밑에서 협의가 꾸준히 진행됐다.

하지만 고승범 금융위원장 취임을 기점으로 기류가 바뀐 모양새다. 고 위원장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대환대출 플랫폼은) 계속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기한에 구애받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협의해서 일을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대환대출 플랫폼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있는 점을 알고 있다”며 “금융 소비자 편익 제고와 금융회사 애로를 충분히 고려해 시장과 소통하면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재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에선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언급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를 위한 준비 작업은 이어가고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 실무 협의체는 플랫폼을 운영할 업체를 선정하는 기준 등을 마련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와 맞지 않아 금융당국 입장에서 연내 출시를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고 위원장은 취임 후 최대 해결 과제로 가계부채를 거듭 꼽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은 1046조3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2000억원 늘었다. 은행권과 제2금융권을 아우른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8조5000억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9.5%다. 7월 증가액(15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 급증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 규모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인데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는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 기조와 맞지 않는다. 간편함을 무기로 한 플랫폼이 나오면 대환대출이 활발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최근 금융권에서 대출 한도 축소도 이어지고 있어 대환대출 플랫폼의 실질적인 가동이 이뤄지기도 어렵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금융당국의 권고로 이미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의 연소득 100% 수준으로 낮췄다. 2금융권 역시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줄일 예정이다.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데 금리 인하만을 염두에 둔 플랫폼 이용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이유로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다른 은행보다 낮으면 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금리가 낮은 곳으로 쉽게 이동’이라는 대환대출 플랫폼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밖에 없다. 

은행권 등에선 빅테크에 대한 종속, 수수료 문제, 은행 간 과도한 금리 경쟁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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