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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청해부대 사태, 잘못한 개인은 없다면서 사과는 왜?

[편집자주]

해외파병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발병으로 조기 귀국한 청해부대 제34진 장병들을 태운 버스가 지난 7월20일 오후 경기도 성남 소재 서울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2021.7.2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해외파병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발병으로 조기 귀국한 청해부대 제34진 장병들을 태운 버스가 지난 7월20일 오후 경기도 성남 소재 서울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2021.7.2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저 멀리 해외 바다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해온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을 보다 세심하게 챙기지 못해 다수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방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청해부대 장병 및 가족 여러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 군은 해외파병 부대원을 포함한 모든 장병들의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으나, 지난 2월 출항한 청해부대 장병들에 대한 백신접종 노력에는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지난 7월20일 서욱 국방부 장관이 국방부 기자회견장 마이크 앞에 섰다. 청해부대 제34진 장병들이 해외파병 임무 수행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발병으로 조기 귀국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한 데 대한 '사과' 입장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작년 9월 취임 후 6번째 대국민사과였다.

청해부대는 아프리카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과 중동 오만만 일대에서 우리 선박 등의 통항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해외파병부대다. 이 부대 34진은 올 2월 초 해군 구축함 '문무대왕함'을 타고 작전지역으로 떠났다.

그러나 이 부대에선 6월 말~7월 초 군수 적재를 위해 아프리카 기니만 연안의 작전지역 인접국가에 기항한 뒤부터 '감기' 증상자가 잇달아 보고됐고, 코로나19 진단검사 결과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결국 임무 수행을 중단하고 귀국해야 했다.

우리 보건당국 검사 결과를 보면 당시 청해부대 34진 장병 301명 가운데 무려 272명(90.4%)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 부대원 10명 중 9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었단 얘기다.

이 과정에서 장병 전원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채 파병 임무에 투입된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군의 '방역 사각시대' 문제가 재차 불거졌다. 우리 군은 이미 지난 4월에도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 승조원들의 코로나19 집단발병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기 때문이다.

당초 군 당국은 "청해부대 34진 파병 때까지만 해도 국내에 코로나19 백신 접종계획 자체가 수립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군 당국의 안일한 대응태도에 대한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국방부 장관의 대국민사과와 군의 관련 대응 상황 전반에 대한 감사가 이어진 것도 그 때문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7월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청해부대 제34진 장병들의 코로나19 집단발병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1.7.20/뉴스1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7월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청해부대 제34진 장병들의 코로나19 집단발병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1.7.20/뉴스1

그러나 감사 개시 이후 48일 만인 이달 8일 공개된 국방부의 감사결과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국방부는 "(청해부대원들의) 집단감염은 특정 개개인의 잘못에서 야기됐다기보다 관련 기관·부서 모두에 각각 일부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징계 없이 국방부 내 일부 부서를 포함한 6개 기관·부서에 대한 '경고' 처분을 내리는 것을 끝으로 이번 감사를 종결했다.

국방부는 감사결과 자료에서 "보고체계에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었다" "(청해부대원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던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코로나19 '신속항체검사키트'에 비해 정확도가 높은) '신속항원진단키트'를 (청해부대에) 보내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승조원 중) 일부 인원은 방역지침 준수가 다소 미흡했다"고 지적하긴 했으나, 이들 문제점에 대한 책임을 묻지도 그 경중을 가리지도 않았다.

앞서 '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국방부의 감사 개시 다음날인 7월23일 페이스북을 통해 "부대원들이 건강하게 임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 걱정하실 가족들에게 송구한 마음"이란 말로 사과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서 장관이 대국민사과를 한 7월20일엔 "(청해부대원들에 대해) 우리 군이 나름대로 대응했지만 국민 눈엔 부족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는 말로 사과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사과'(謝過)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빎'을 뜻한다. 그러나 국방부의 이번 감사결과를 보면 사과를 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관련 보고를 못 받았기에 사실 잘못이 없는 거나 다름없다. 다른 사람들도 그저 '아쉽고 부족한' 부분들만 있었을 뿐이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잘못 하나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그 어느 조직보다 보고의무와 지휘책임을 강조하는 군이 '모두의 잘못은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는 식의 철학적 담론(?)을 꺼내든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군이 바뀌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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