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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맞고 소장·대장 괴사?…전문가들, 혈전증 발생 주목

화이자·모더나 1차접종 뒤 괴사, 사망 사례 잇따라
"mRNA 백신 혈전은 보고 안돼…가능성 또한 배제 못해"

[편집자주]

31일 서울의 한 백신접종센터에서 관계자가 사용한 화이자 바이알을 들고 있다. 2021.8.3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31일 서울의 한 백신접종센터에서 관계자가 사용한 화이자 바이알을 들고 있다. 2021.8.3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접종 후 이상반응 호소 사례 역시 늘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화이자·모더나의 mRNA(메신저 리보핵산)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이나 아스트라제네카(AZ)의 백신 접종완료 후 소장이나 대장이 괴사해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사례들이 연이어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소장이나 대장이 괴사할 상황과 연관있는 건 '혈전'이라고 밝혔다. 특히 혈전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방역당국이 인과성을 따질텐데, 국민들이 접종에 불안해하지 않도록 소상히 설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신접종 후 복통 호소하다 소장·대장 괴사…인과성은?

14일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백신 접종 후 소장이나 대장이 괴사, 절제했다는 호소 사례는 3건이다. 국민청원이 접종 후 이상반응을 접수하는 공식 창구는 아니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사례는 많을 수 있으며 해당 사례가 접종으로 인한 이상반응일지는 방역당국의 인과성 조사가 필요하다.

우선 전남 순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였던 A씨는 7월 28일 지역 의료기관에서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했다. 레이노병(손 끝쪽 혈관 연축)과 기무라병(귀 주위 염증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평소 술·담배를 하지 않아 건강했고, 일상생활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접종 후 일주일 후부터 소화불량, 복통을 호소하다 종합병원에서 혈소판감소성 혈전증(TTS) 진단을 받았다. 이후 대학병원에서 소장 절제 수술을 받았지만 지난 3일 광주의 대학병원에서 사망했다.

지난 8일에는 부산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뒤 소장이 괴사, 절제했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자신을 소장이 괴사한 50대 남성 아내라며, 남편 B씨와 지난 1일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했다고 밝혔다.

B씨는 평소 복막투석과 당뇨질환이 있었는데 접종 다음 날 복통을 호소하며 구토, 설사를 했고 3일이 지난 뒤 혈변을 보다 기절해 병원에 입원했다. 글쓴이는 B씨가 원인불명의 장염 진단을 받았지만, 증상이 심해지자 복부 CT를 촬영했고 소장 괴사가 확인돼 대학병원에서 소장을 잘라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지난달 17일 충북 제천시 내 의료기관에서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50대 남성 C씨가 소장 괴사로 이달 8일 사망한 일이 있었다. 또한 부산의 한 간호사라는 글 작성자는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받고 복통을 호소하던 아버지가 허혈성 대장염을 진단 받아 대장을 절제했다며, 백신과의 인과성을 밝혀 달라고 13일 호소했다.

방역당국은 해당 사례들이 예방접종피해조사반에 심의 접수된다면 접종과의 인과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사와 얀센 사 백신의 경우 혈전 발생과 인과성이 확인됐지만 세계적으로 mRNA 백신의 경우 혈전을 일으킨다는 사례가 보고된 바 없다. 당국은 청원 내용들을 토대로 과학적 근거를 확인하고 있다.

◇전문가들 "괴사되도록 했을 혈전, 병리 소견 살펴봐야"

전문가들은 접종자의 소장이나 대장이 괴사했을 상황과 혈전 발생여부를 주목하며, 백신으로 인한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당국의 인과성 조사가 철저히 이뤄진 뒤 국민들에 관련 설명이 충실히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리 소견을 봐야 알겠지만, 소장이 괴사한다면 보통 동맥이 막혀 허혈성 괴사라고 보겠지만 드물게 정맥에 혈전이 발생해, 소장이 썩을 수 있다"며 "자가질환자들로 알려졌는데, 백신 접종이 촉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혁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최근 YTN에 출연해 "소장이 괴사할 수 있는 이상반응 중 가장 연관성 있는 건 혈전이다. 그런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혈전이 발생했다는 이상반응은 알려졌어도 모더나나 화이자 접종 후 많이 나타나는 이상반응은 아니라 인과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접종 후 이상반응 발생 관련 언론보도가 6개월간 이어지고 있다. 반드시 인과성 평가가 필요하다. 또한, 평시에 이 같은 증상이 발생한 수준보다 접종 후 증상이 나타나는 사례가 더 늘어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가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언론으로 관련 사례가 빠르게 보도되고 있지만, 인과관계를 따지고 국민들에 설명하려면 한두 달 걸릴 것 같다. 이후 당국과 전문가들이 접종이 불안한 국민들에 많은 정보를 자세하고, 투명하게 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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